광화문 근처 회사에 다니는 40대 이정훈씨는 얼마 전 서울시가 보낸 공영주차장 요금 공지 문자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체계 개편으로 평소 월 18만원가량인 정기이용권이 다음달부터 25만원으로 7만원 뛰어오른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이번 요금 인상은 서울 공영주차장 분류 기준인 급지 체계를 현재 5개에서 3개로 줄이는 개정 조례안이 지난 9월 서울시의회에서 가결된 데 따른 것입니다.
기존 하위 급지(4, 5급지)에 속해 있던 일부 주차장이 조례안이 시행되는 다음달부터 3급지 이상 상위 급지로 변경되면서 주차 요금이 인상됩니다.
지하철역 개통 등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아진 주차장들이 대거 상위 급지로 변경됩니다.
서울시설공단이 지난달 21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게시한 '주차 급지체계 개편에 따른 서울시 공영주차장 요금 조정안내'를 보면 3급지 17개소와 4급지 13개소 등 30개 주차장이 1급지로 승급됩니다.
4급지에서 1급지로 변경되는 도봉산역 주차장은 현재 5분당 100원, 정기권 6만5천원이지만 내달부터 5분당 170원, 정기권 9만1천원으로 인상될 전망입니다.
서울시는 상위 급지로 변경돼 요금이 인상되는 경우 시간주차 최대 75%, 정기권 최대 40% 한도로 요금 인상률을 제한키로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인상률을 제한하더라도 전 주차장 평균 인상률이 약 34%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 세종로 공영주차장 요금 조정 안내 / 사진=촬영 강다현 |
◇ "코로나19로 자차 이용 필수 됐는데"…요금 인상에 당황
공영주차장 이용 금액을 높이기로 한 지자체는 서울시뿐만 아닙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9월 공영주차장 요금을 높이려고 했다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민생 침체 등을 고려해 요금 인상 시기를 내년 1월로 연기했습니다.
현재 1급지는 시간당 1천400원을 받지만, 내년부터는 43% 인상된 2천원을 받을 계획입니다.
서울과 광주 등 일부 지자체가 공영주차장 요금을 인상키로 하자 주민들 사이에서 이른바 '코로나 불경기'에 지갑이 더욱 얇아지게 생겼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씨는 "공영주차장은 다른 사설 주차장보다는 금액이 싸다고 생각해왔는데 갑작스러운 요금 체계 변경으로 다달이 내야 할 금액이 7만원이나 늘어 당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로 경제 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모두가 고통 분담을 강요받고 있는데 난데없이 공공요금을 30~40%나 인상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토로했습니다.
직장인 10년 차인 36살 박수빈씨는 "혹시라도 코로나에 걸릴까 봐 사람 많은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고 자차를 통해 출퇴근하고 있고, 정기이용권도 등록했다"며 "금전적인 부담이 늘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광주시가 주차 급지 체계 개편을 통한 요금 인상을 최초 공지한 작년 8월 지역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요금이 갈수록 너무 비싸진다. 가혹하다', '다 오르면 서민은 어떻게 살란 거냐' 등 불만 글이 다수 올라왔습니다.
◇ 지자체 "요금 현실화 절실"…공공요금 인상으로 '진통'
↑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 사진=서울시의회 제공 |
서울시는 1998년 이후로 공영주차장 요금이 오랜 기간 동결돼 현 시장 상황에 요금 수준을 맞추는 현실화가 시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이번 요금 개편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라며 "급지 체계를 바꿀 때는 해당 주차장과 대중교통의 접근성 등을 철저히 따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새롭게 적용된 공시지가 변수로 인해 땅값에 따라 요금이 인상된 곳도 다수 있으나 일부 주차장에서는 인하 혹은 동결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 장기화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요금은 시민들 마음을 사기 위한 인기 영합 도구의 성격이 강하다"며 "코로나로 경제적인 타격을 입은 일부 시민들은 요금 인상으로 예상되는 가계 부담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