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6살 아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이른바 '관악구 모자(母子)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이 2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2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 씨(42)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앞서 지난 2019년 8월 서울 관악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는 아내 박모 씨와 아들 조모 군이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살해된 채 발견됐다.
아들의 얼굴은 베개로 덮여 있었고, 범행에 사용된 흉기나 외부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은 남편 조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작업 활동을 하며 주로 공방에서 생활하는 조 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해 8월 21일 저녁 8시 56분경 집을 찾은 후 다음 날 오전 1시 35분에 나왔다.
수사 당국은 조 씨가 집에 머문 4시간 30분 동안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회부했다.
1심 재판에서 조 씨는 "집에서 나올 때 아내와 아들이 살아 있었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사망 추정 시각 범위가 조 씨와 함께 있을 때 살해당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판단 근거로는 모자의 위에서 스파게티 등에 들어간 토마토와 양파가 나왔다는 점이 꼽혔다.
모자는 사건 당일 오후 8시경 스파게티와 닭곰탕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법의학자들은 "배 속 음식물 상태를 볼 때 식사 후 4시간 전후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고, 그 시간에는 조 씨가 집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범행 방법이 매우 잔혹하고 가족을 2명이나 살해해 반인륜적이지만, 조 씨는 1심 선고까지도 참회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들과 유족의 고통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한데
이에 조 씨는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눈물을 흘리며 "제가 가장 큰 피해자인데, 저를 피의자라고 하는 현실이 기가 차고 억울하다"며 "하늘나라에 있는 아내도 같은 마음으로 저와 함께해주고 있음을 느낀다"며 무죄 선고를 청했다.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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