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는 '신의 송곳니'라 일컬어진다. 머물고자 하는 인간에게 자연의 날카로운 이빨처럼 위협적이어서다. 극한 추위, 희박한 공기, 중력, 자외선 등 불친절한 자연과 다투어야 하는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등정은 인간 한계 도전에 비견된다.
14좌를 모두 올라 '체육발전 유공자 포상'에서 5등급 중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이달 초 받은 산악인 김미곤 대장(48)은 "14좌 등정이 목표가 아니었다. 산이 좋아 가게 됐고 그래서 또 가다 14좌에 올랐을 뿐"이라며 웃었다.
↑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10위봉) 정상에 오른 김미곤 대장. [사진 제공 = 김미곤 대장] |
"낭가파르바트는 아쉬움이 많던 곳이었어요. 2005년 낙석을 만나 실패했습니다. 재도전땐 대원 10명과 함께 편안한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 칸첸중가(8586m·3위봉) 정상에 선 김미곤 대장. [사진 제공 = 김미곤 대장] |
"계속 파트너로 동행했을 후배들인데 안타깝고 미안합니다. 히말라야 봉우리에 오를 때마다 이제 산이 돼버린 사람들을 한 구 이상 봅니다. 시신이 표식인 봉우리도 있어요. 산이 위험하다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잊는 것이 더 무서운 거죠."
↑ 김미곤 대장이 히말라야 빙벽을 오르고 있다. [사진 제공 = 김미곤 대장] |
"악천후 속에선 눈 앞의 내 손을 내 눈으로 볼 수 없고 내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지 않아요. 올라온 높이를 아까워하다가는 큰 일 나요. 언제든 도망칠 준비를 해야 역설적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어요."
인류 최로로 14좌에 오른 산악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의 '검은 고독 흰 고독'을 읽고 산에 빠졌다. "텐트 안에서 메스너가 '너무 외롭다'며 울던 장면을 기억한다. 대원과 상의는 하지만 결정은 대장은 혼자의 몫이어서 본질적으로 외롭다"고 했다. 김 대장은 2016년 방한했던 메스너와도 결국 만났다.
가장 오래 함께 한 세르파는 '싼누'다. 김 대장은 "2007년부터 계속 함께 등반했던 친구다. 본인도 함께 정상까지 오르고 싶다고 해서 항상 함께 오른다"며 세르파 싼누에게 "네 덕분에 14좌를 오를 수 있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했다. 싼누 본인도 14좌를 최근 전부 등정해 세계 42번째(추정)로 히말라야 14좌 완등 산악인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 경기 화성시 동탄 사무실에서 만난 김미곤 대장. 한국도로공사 인재개발팀 소속인 김미곤 대장은 사무실 고정석으로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이기도 하다. 앞에 놓인 검은 옷은 전문가용 방한 내의로 김 대장을 위해 특수제작됐다. [김유태 기자] |
↑ 김미곤 대장이 개조한 벨트. 김 대장은 "원래 스노우보드 전문가용 벨트인데 가벼워서 2013년 등정엔 항상 착용했다"고 말했다. [김유태 기자] |
"스노우보드 전문가용 벨트인데 가벼워서 직접 박음질해 개조했다"고 말했다. 벨트가 '생명줄'이라면 그 옆에 놓인 방한용 내의는 그의 또 다른 '피부'다. "2007년부터 특수제작된 내의를 입었어요. 곳곳이 낡았지만 제간 가장 중요한 보물입니다."
정상까진 아닐지라도 일반인도 히말라야를 '누릴' 방법은 있다. 김 대장은 아들 종윤(17)도 찾았던 안나푸르나 푼힐(Poonhill) 전망대를 권유했다. "푼힐 전망대는 3200m 지점에 있어 일반인도 히말라야를 가볼 수 있습니다."
종윤이 산악인의 길을 걷는다면 찬성하겠느냐는 질문에 김 대장은 "반대는 하겠지만 말리지 않겠다.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저 때문인지 산을 안 좋아하는 아내는 '엄마 죽으면 가라'고 할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딸 나윤(10)은 아직 어려 아빠가 히말라야에서 돌아와도 얼마나 위험한지 아직 모른단다.
↑ 김미곤 대장이 히말라야에 10회 이상 입은 방한용 내의의 겉면 패치에 `MI GON, KIM`과 `Hymalaya 14 peak` 문구가 선명하다. 곳곳이 낡았지만 "이만한 옷이 없다. 가장 아끼는 보물"이라고 김 대장은 털어놨다. 2007년부터 입은 옷이다. [김유태 기자] |
"고지에선 소화가 안 되니 눈 녹여 차 한 잔 겨우 삼키고 눈만 감아 텐트에서 시간을 견딥니다. 힘들어도 울지 않습니다. 다음날 새벽 정상에 서면 그제야 눈물이 나죠. 너무 좋아 흘리는 눈물, 그러니까 정상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러 가는 거예요."
↑ 김미곤 대장(가운데)이 대원들과 함께 낭가파르바트(8125m·9위봉)에서 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김미곤 대장] |
↑ 김미곤 대장은 히말라야 14좌 등정 외에 남극도 다녀왔다. 뒤로 펼쳐진 설원이 무한하다. [사진 제공 = 김미곤 대장] |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