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야생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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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8개월 만에 국내에서 고위험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농장 가금류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폐쇄 조치된 전남 순천시 순천만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벌이는 모습. [이충우 기자] |
2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봉강천에서 발견한 야생조류 분변을 검사한 결과, H5N8형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것은 2018년 2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농식품부는 주변국 AI 발생이 급증함에 따라 겨울 철새가 날아드는 겨울철이 되면 국내 고병원성 AI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방역 대응을 강화해왔다. 올해 고병원성 AI는 전 세계 발생 건수가 지난해 211건에서 593건으로 급증했으며, 특히 러시아·대만·중국·베트남 등 주변국 발생 건수도 지난해 217건에서 올해 217건으로 2.2배 급증해 우려가 나오던 상황이었다.
올해 날아든 겨울철새는 지난 18일까지 벌써 57만마리로 추산된다. 이들이 고병원성 AI를 몰고올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23일 1차적으로 AI 관련 항원이 검출된 직후부터 분변 채취지점에 대한 출입 통제를 실시했으며, 반경 10km 내 닭·오리 등 가금류 농장 188곳에 대한 이동통제를 실시했다. 이후 25일 고병원성 AI가 확진됨에 따라 방역조치를 강화해 해당 지역 500m 이내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금지했다. 또한 반경 10km 내에 위치한 천안시, 아산시, 세종시에는 위험 구간에 대한 축산차량 출입통제를 시작했다.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천안시에서는 특히 전파 우려가 높다고 판단하고 천안시 전통시장에서 가금류 판매를 중단시키는 한편, 전국 전통시장 및 가든형 식당에서는 70일령 미만 닭과 오리의 유통을 금지했다.
이기중 농식품부 조류인플루엔자방역과장은 "과거 70일 미만 닭이 군산에서 감염돼 제주도까지 AI를 전파시킨 사례가 있는 만큼 이동이 많은 연령대 닭의 유통을 금지한 것"이라며 "충청남·북도와 전라남·북도를 중심으로 전국 89개 시군구에 중점방역관리지구를 설정해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89개 시군구에 설치된 중점방역관리지구에서는 소규모 농장이 다른 농장과 가금류를 거래하지 못하도록 조치해 이동을 통한 확산을 사전방지하고 있다.
아직 가금류 농장까지 고병원성 AI가 퍼지지는 않았지만 농장에까지 확산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언제라도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전국 모든 가금농장에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식품부는 전국 모든 가금류 농장에서 야외에 풀어서 닭이나 오리를 기르는 방사를 금지시키는 한편,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농장에까지 AI가 확진될 경우 대규모 살처분과 매몰이 진행됨에 따라 닭고기 가격이 크게 변동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AI가 발생하면 닭고기 수요와 공급이 모두 감소하는 가운데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닭고기 공급이 더 크게 출렁일 경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고병원성 AI는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22건이 발생했으며, 2016년 3월부터 2017년 6월까지는 전국에서 421건이 발생해 각각 653만9000마리, 3807만6000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이때 투입된 재정만 각각 906억원, 3621억원에 달했다. 2003년부터 살처분한 닭과 오리의 수는 누적 9414만9000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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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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