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은 안 했지만 내 현실에 화가 나고 자책하며 알 수 없는 화로 쌓여 있었습니다.'
지난 20일 경제적 어려움과 사내에서 겪은 부당함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긴 택배 노동자 A(50)씨가 사망 나흘 전 지인들에게 보낸 내용입니다.
A씨는 해당 글을 통해 택배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압박이 계속됐다고 토로했습니다.
분실이나 파손에 따른 배상금으로 하루에 몇만 원 지출이 더 생겼다고 합니다.
A씨는 분실품을 찾기 위해 전화 80통, 문자 40통, 사진 촬영 400차례를 했다고 적었습니다.
A씨는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1천 원 벌고 분실이나 파손이 발생하면 30만 원을 배상하는 시스템'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6시에 일어나 밤 7∼9시까지 배달을 하는 상황에서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며 '피곤해졌다'고 한탄했습니다.
A씨는 분실물 관련 문제로 지점 관리자와 언쟁을 높이는 등 갈등까지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은 업무 중 택배 분실이나 파손이 있으면 배상해야 합니다.
수령인이 지정한 장소에 물품을 둔 뒤 분실됐거나 배송 완료 전 파손 등록을 한 경우는 제외입니다.
택배사는 귀책을 따져 배상 정도를 정하는 규정에 따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김인봉 사무처장은 오늘(24일) "규정이 있지만 사 측은 어떻게든 택배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며 "분실·파손이 있으면 100% 택배 노동자가 배상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A씨와 같은 지점에 근무하는 한 택배 노동자는 최근 물품을 분실해 270만 원을 배상했습니다.
부산 강서지점 노동조합 관계자는 "파손·분실 등록을 하지 않고 물품을 잃어버리면 택배 노동자가 배상해야 한다"며 "택배 노동자 모두 종종 겪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무리해서 화물차를 사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저리로 받은 대출이 대환대출로 바뀌면서 원금과 이자를 내게 됐고, 하나는 다른 비싼 이자의 대출로 메꿨다'며 '생각도 안 한 지출로 (돈이) 모자란 상황이 됐다'고도 썼습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갈수록 연체와 신용불량이라는 악몽이 떠오르고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다'며 '25일 안에 결정을 내야 할 것 같다'고 남겼습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평소 경제적 어려움을 자주 호소해온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남긴 유서의 사실관계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사건 관련 관계자의 불법행위 유무 등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A씨를 포함해 택배기사 1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앞서 사망한 10명은 과로사로 추정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