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 있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모퉁이에는 을사조약을 체결한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주장은 과거에도 여러번 나와 논란이 됐는데 이번에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1950년부터 87년까지 한국은행 본관으로 사용했던 화폐박물관은 일제 강점기 '조선은행'으로 만들어졌다.
사적 제280호로 지정된 문화재이기도 하다.
건물 머릿돌에는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뜻의 '정초'라는 두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런데 이 글씨가 조선 총독부 초대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로 확인된 것이다.
왼쪽에는 이 돌을 세운 날짜도 희미하게 같이 적혀있다.
1907년부터 썼던 대한제국 마지막 연호, '융희'를 사용했다.
원래는 일본식 날짜 표기와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이 쓰여 있었지만, 광복 이후 일제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지우고 새로 쓴 것으로 추정도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쓴 글씨라는 주장도 있지만 아직 정확한 근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글씨는 2016년부터 꾸준히 문제 제기가 있었고 지난주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전용기 의원은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조선은행이 자랑을 했다"며 "이토 히로부미가 와서 정초석을 썼고, 그것을 조선은행의 왼쪽 코너 아래에 놓았다"고 말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조사를 벌였다.
일본의 한 시립도서관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와 1918년, 조선은행의 영문 잡지에 나온 당시 사진도 참고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고증 결과를 서울 중구청과 한국은행에 통보한 뒤,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를 거쳐 변경을
아예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무조건 없애버리기보다는 시대에 맞춰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활용 방안을 고민하자는 목소리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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