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누명과 악성 민원을 견디다 못한 세종시 어린이집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모욕과 폭행 가해자 책임을 더 크게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재수사는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누명을 씌운 이들에 대한 형사처분이 이미 마무리된 데다 피해자도 숨진 상황이어서 다시 수사를 개시하지는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21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였던 30살 A씨는 2018년 11월쯤부터 1년 6개월 넘게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원생 가족 37살 B씨와 60살 C씨 등의 폭행과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당시 A씨 변사 사건을 맡은 경찰은 고인의 복잡한 심경이 담긴 일기장 내용이나 유족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검사 지휘에 따라 내사 종결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과 관련해 타살 등 범죄 혐의는 없었다"며 "변사 사건 처리 원칙에 따라 수사를 마치는 수순을 밟았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씨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원인 중 하나였던 B씨 등의 업무방해·공동폭행·모욕 혐의 사건은 그즈음 1심 재판 진행 중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저런 X이 무슨 선생이냐"는 등 욕설을 해 놓고도 자신들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B씨로부터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해 A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가 고인이 된 상황이어서 다시 형사 사건으로 다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가해자들에게 피해자 사망 동기에 대한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사기관의 판단과는 별개로 이 사건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은 들끓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누명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는 취지로 지난 5일 유족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보름 만에 동의 20만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청원인은 "이 일 때문에 우울증을 앓게 된 누나는 일자리를 그만뒀다"며 "(학대누명을 씌운 이들은) 피를 말리듯 악랄하게 괴롭히고, 누나의 숨통을 조였다"고 분노했습니다.
업무방해·공동폭행·모욕 등 죄로 각각 벌금 2천
법원에서 보냈던 소송기록접수 통지서 역시 '주거지 문이 잠기고 피고인은 없었다'는 뜻의 폐문부재 사유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에서 항소하지 않은 이 사건 재판은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이대로 확정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