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의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국민이 낸 소중한 건강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케어와 코로나19 사태로 안 그래도 건보 재정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정고갈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제도적 허점에 대한 빠른 보완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의원실에 따르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국외체류자가 국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부정수급액이 최근 5년 7개월간 총 69억원에 달했다. 공단은 같은 기간 동안의 부정수급액을 대부분 환수하긴 했지만 올해 7월말 기준 5억6600만원은 아직도 환수하지 못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국외체류자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대신 보험급여 적용도 받을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외체류자가 잠시 귀국해 진료만 받은 뒤 다시 해외로 출국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일선 의원에선 환자의 국외 체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일단 보험급여를 청구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사후적으로 확인한 경우에만 환수에 나서고 있다. 아예 가족들이 국외체류자를 대신해 의료보험 혜택이 적용된 진료와 처방을 받는 사례도 많다.
강 의원은 "국외체류자가 진료를 받은 것이 확인되면 일단 그간 혜택을 받은 부정수급액을 환수한 뒤 일정 기간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료를 체납한 요양기관이 막대한 보험급여(요양급여비)는 온전히 수령하는 도덕적 해이도 문제가 되고 있다. 복지위 소속 인재근 의원실에 따르면 건강보험료를 508억원 체납한 총 2384개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비 2조3044억원은 고스란히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요양기관에 적용되는 건강보험료 납부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요양급여비는 건강보험료 체납액을 제외한 뒤(상계처리)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요양기관에 선순위 채권자가 있거나 요양급여비를 받을 수 있는 권리(채권)를 금융기관 등 타인에게 양도했을 경우엔 이같은 상계처리가 불가능해 급여비를 고스란히 지급해야 한다.
반면 건강보험과 유사한 구조인 산재보험이나 공무원·군인·국민연금 등은 상계제도가 아닌 '공제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공제제도란 상계처리와 달리 선순위 채권자가 있어도 보험료 미납금(체납액)을 먼저 제외하고 나머지 잔액을 급여비로 지급하는 제도다. 인재근 의원은 "건강보험도 다른 사회보험처럼 체납액을 급여비에서 먼저 공제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잦은 외래 진료로 인한 재정 누수도 심각하다. 복지위 소속 신현영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과다 외래 이용 현황'에 따르면 입원 없이 외래 진료만 1년에 70회 이상 본 환자 수는 2015년 92만5201명에서 지난해 96만5005명으로 3만9804명 늘어났다. 이들 환자의 진료비에서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액수도 2015년 2조133억원에서 2019년 2조7690억원으로 7557억원이나 증가했다. 과도한 외래 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건보공단이 운영 중인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사업'도 적정 수준 이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단순 안내문을 보내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건보 재정이 악화되는 가운데 이같은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낭비되는 예산까지 더해지면서 건보 재정 고갈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강보험 비급여항목을 급격히 줄인 '문재인 케어'로 인해 건보 재정난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오는 2023년 우리나라 건강보험 적립금은 지난 2018년 20조5955억원의 절반 수준인 11조807억원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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