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차량에 끌려간 경찰관…출근하다 3개월만에 의식불명

↑ 지난 6월 음주단속을 하려는 A 경위를 매달고 1km가량을 달린 40대 운전자 B 씨의 쏘나타 차량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인근 교각을 들이받고서야 멈춰섰다. [사진 제공 = 부산 동래경찰서]

음주측정을 거부하고 도주하던 차량에 매달려 끌려가다 도로에 떨어져 머리를 다친 경찰관이 3개월만에 의식불명에 빠졌다.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출근했지만 상태가 악화해 뇌수술을 받았는데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월 19일 오전 0시 46분께 부산 동래경찰서 사직지구대 A 경위(55)는 동래구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을 발견하고 운전자에게 음주측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B 씨(40대)는 측정을 거부하고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 A 경위는 B 씨 차량 문짝에 매달린 채 1㎞가량을 끌려갔다. A 경위는 차량이 속도를 줄이는 틈을 타 뛰어내렸지만, 이 과정에서 머리를 아스팔트 도로에 강하게 부딪혔다. 달아나던 B 씨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부근에서 교각을 정면으로 들이받고서야 광란의 질주를 멈췄다. 당시 B 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에 달했다.

↑ 지난 6월 음주운전 차량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부근 교각에 충돌해 멈춰 서있다. 해당 차량의 운전자는 음주측정을 하려는 경찰관을 차에 매단 채 1km가량 운행하고 경찰관이 뛰어내린 뒤에도 도주하다가 뒤쫓아온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 제공 = 부산 동래경찰서]

사고 후 A 경위는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고 일주일 만에 직장에 복귀했지만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급기야 지난달 9일 A 경위는 갑자기 쓰러졌고 상태가 나빠져 뇌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A 경위에겐 아내와 두 아들이 있다. 동래경찰서 직장협의회는 A 경위의 사연을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 올렸다. 이 사연은 전국 각지의 경찰관에게 전해졌고 많은 경찰들이 모금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위를 매달고 도주한 운전자는 현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윤창호법) 위반·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