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을 한다며 수천만원을 지원받는 업체들 가운데 부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거나 지원금만 받고 '먹튀' 폐업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정부지원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기상기업 성장지원센터'에는 매년 평균 10억원의 운영비와 4억원의 성장지원금 등 총 83억이 투입됐다. 센터 입주 기업은 2년간 사무공간과 장비 등을 무상으로 쓸 수 있고 매년 최대 2000만원, 컨소시엄 최대 6000만원을 지원받는다.
문제는 영세한 기상기업의 성장과 신규 창업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센터가 '보여주기식 제도'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당초 센터가 문을 연 2015년엔 이 곳에 15개 기업이 입주했다. 이 가운데 기상앱 개발 업체 3곳과 기후변화 교육용 완구 개발 업체 한 곳은 지원금 약 5000만원을 받고서도 폐업했다. 특히 기상앱 업체 3곳은 모두 입주한 지 1~2년 이내에 문을 닫아 사실상 '지원금 먹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을 어기거나 부실한 계획을 내고도 지원을 받은 경우도 있다. 센터 입주 기업은 운영지침에 따라 지원 시작 3개월 이내 '기상산업진흥법' 상 기상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입주 기업 42곳 중 5곳은 이를 위반하고도 총 1억4500만원을 지원받았다. 미세먼지 알고리즘, 기상관측 솔루션 개발, 공기정화식물 캐릭터 활용 기업 등 미등록 업체 4곳은 현재까지도 센터에 입주해있다. 이 중 캐릭터 업체는 '공기정화식물 캐릭터를 활용한 완구를 제작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출했는데, 기상산업과 관련성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억원을 투입하는 '미래유망 민간기상서비스 성장기술개발 사업'도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날씨방송 유튜브 채널 '부산갈래TV'는 올해 2억6000여만원을 지원받았지만, 해당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4개, 구독자수는 11명에 불과하다. 최근 3년간 기상청의 R&D 사업화 과제의 성공률은 41.8%에
이런 가운데 기상업계에선 기상장비 국산화 업체에 대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의 기상장비 국산화율은 54%에 불과하지만, 국산화를 위한 R&D 지원 예산은 14억원으로 5년 전(37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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