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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이 도입할 예정인 `이동식 장벽` [사진 제공 = 서범수 의원실] |
15일 매일경제가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자료 등에 따르면, 경찰은 펼쳤을 때 대당 폭 12m, 높이 2.8m의 '강철 장벽'을 구축할 수 있는 안전펜스 트레일러를 주문 제작중이다. 총 중량 2.9톤의 이 장비는 평소 길이가 5.5m, 폭이 2.2m, 높이 2.8m지만 집회 현장에서 유압식 실린더를 통해 펼치면 폭 12m, 높이 2.8m의 장벽이 구축된다. 경찰은 지난 6월 입찰을 통해 민간업체와 이 장비 1대를 4500만원에 제작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달 말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가 이를 납품받아 운용할 예정이다.
이 장비 제안서에는 폭력적으로 돌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집회·시위 상황을 대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낙찰 업체의 제안서에 따르면 이 장비의 메인 프레임과 일반 골조는 모두 강철의 일종인 S45C 각파이프로 만들어졌다. S45C는 탄소 함유량이 0.4~0.5% 수준의 경강으로 부식과 휘어짐에 강하다. 천정도 각파이프 골조에 전기도금강판 마감을 하도록 했다. 후방 램프도 펜스가 덮는 구조로 설계했다. 업체 측은 제안서에서 "펜스 설치 시 외부에 직접 노출되지 않아 파손 위험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펜스를 확장해 설치할 수 있도록 장비에는 유압실린더가 설치된다. 또 땅바닥에 바싹 밀착할 수 있도록 안전펜스를 하강시킬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입찰 제안요청서에서 "안전펜스 트레일러는 집회시위 안전차단장비에 적합한 용도로 제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용도를 적시했다.
물론 지난 개천절과 한글날에 광화문광장 등에 차벽을 설치한 경찰이 아예 '이동식 장벽'을 따로 개발해 운용하는 것이 적절한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장치 명칭에 '안전펜스'라는 표현이 들어갔지만 그 위력은 기존 안전펜스보다는 차벽에 더 가깝다. 경찰이 사용하는 45인승 대형버스는 길이 12m, 높이 3.3m 내외인데 안전펜스 트레일러는 폭이 12m, 높이 2.8m 수준이다. 반면 일반 안전펜스의 높이는 1.4m 가량이다. 더구나 본래 운송 목적을 갖는 버스와 달리 현재 기준 대당 4500만원이 소요되는 안전펜스 트레일러에는 집회 등 통제 목적 외 다른 기능이 없다.
일단 경찰은 차벽 설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차벽 자체가 위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1년 경찰이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고 노무현 대통령 분향소 주변으로 장기간 차벽을 친 데 대해 위헌이라고 판단한 것은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났기 때문이란 취지다. 장하연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내부규정인)차벽운용지침상으로도 '차벽은 원칙적으로 운용하지 않도록 한다'"면서도 "예외적인 경우 특정 요건을
경찰청은 "현재 운용 중인 안전펜스는 설치장소까지 경력이 들고 옮겨야 하는데 개당 105㎏로 무거워 다수의 경력이 필요하다"며 "의경 폐지로 인해 경력이 감축되고 있어 차량으로 견인·이동 가능한 펜스를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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