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대신 선물한 새우젓은 뇌물?…대법 "뇌물"

【 앵커멘트 】
공무원인 지인의 이름으로 대신 천만 원어치의 새우젓을 선물로 보내줬다면 이건 뇌물일까요? 아닐까요?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렸는데, 두 사람 사이에 직접 금품이 오가지 않았더라도 뇌물로 봐야한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습니다.
박자은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13년 11월 경기도청 수산과장 A 씨는 경기도 김포의 한 어촌계장 B 씨에게 "선물할 사람 있으면 새우젓을 보내주겠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자 A 씨는 선물을 줄 329명의 명단을 B 씨에게 넘겼고, B 씨는 마치 A 씨가 주는 것처럼 A 씨 이름으로 1년 동안 수 차례 1천만 원어치가 넘는 새우젓을 보냈습니다.

그중엔 B 씨가 얽힌 조업 분쟁에서 편의를 봐달라며 A 씨에게 요구한 퇴직 공무원, 경기도의회 의원, 해양수산부 공무원 등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1심은 "A 씨가 자신 명의로 새우젓을 보낸 것을 알고 명단 작성에 관여했다"며 뇌물죄로 보고 두 사람 모두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은 "새우젓 발송으로 A 씨가 얻은 이익이 입증되지 않았고,

두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오고 갔다는 걸 입증하기 어렵다"며 뇌물죄를 무죄로 봤지만 다시 대법원에서 뒤집혔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 간에 직접 금품이 오가지 않았지만, 사실상 A 씨가 새우젓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인터뷰(☎) : 허 윤 / 변호사
- "새우젓을 받는 사람들은 공무원이 보낸 줄 아는데 그만큼 공무원이 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양쪽이 합의했기 때문에 파기환송이…."

결국 돈 한 푼 내지 않고 지인을 시켜 선물을 줬더라도 이 사실을 서로 알았다는 것 자체로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입니다.

MBN뉴스 박자은입니다.[jadooly@mbn.co.kr]

영상편집 : 이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