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고 전북 정읍시의 한 시골마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마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일가족 8명에 이어 주민 4명 등 현재까지 이 동네에서 12명이 확진돼 지역 내 감염 확산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일가족 감염' 이어 주민 잇따라 확진
전북도는 정읍시 정우면 양지마을 주민 50대 여성 A씨, 60대 남성 B씨, 70대 여성 C씨 등 3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오늘(7일) 밝혔습니다.
이들은 한 동네에 사는 일가족 확진자들과 접촉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부부 사이인 A씨와 B씨는 지난 9월 26일 집 앞마당에서 결혼 피로연을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양지마을 주민 10여 명, 이웃 마을 주민 20여 명, 타 시도 주민 10여 명 등 40여 명입니다.
도 보건당국은 참석자 40여 명을 상대로 자가격리 조처했고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별다른 증상이 없던 이들은 어제(6일) 마을 이동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를 한 결과 양성 판정을 받고서 군산의료원 격리병실에 입원했습니다.
이로써 도내 누적 확진자는 149명으로 늘었습니다.
◇ 추가 확진자 동선 '일가족 확진자'와 겹치지 않아
도 보건당국은 추가 확진자 3명의 동선이 정읍 지역 최초 감염원으로 지목된 일가족 확진자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Ct(Cycle threshold) 값을 확인한 결과 코로나19에 확진된 정읍 일가족의 수치가 10 수준이었고, 추가 확진자 3명의 수치는 20 후반에서 30 수준으로 측정됐습니다.
Ct 값이 작을수록 최근 감염된 것으로 보고, 값이 크면 더 일찍 감염됐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즉, 추가 확진자 3명이 추석 연휴보다 이전에 감염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게 도 보건당국의 설명입니다.
양지마을에서는 30대 여성(전북 133번)이 지난 5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이후 자녀 4명, 시부모, 친정 오빠 등 일가족 8명과 주민 4명 등 12명이 확진됐습니다.
이번 일가족 집단 확진과 관련한 최초 감염자는 133번 확진자의 친정 오빠로 추정됩니다.
같은 마을 주민 70여 명은 어제(6일)부터 코호트 격리 조처에 따라 14일간 이동이 제한된 채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았습니다.
정읍시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관내 어린이집 60곳과 지역아동센터 30곳 등에 휴원 명령을 내리고 노인·장애인 시설 등에 대해서도 휴관 조처했습니다.
전북에서 마을이 집단 격리된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순창군 장덕마을 이후 두 번째입니다.
◇ "시간이 멈춘 듯"…집단격리 이틀째 맞은 양지마을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이틀째 마을 전체가 격리된 양지마을은 대체로 한산한 모습입니다.
현관과 창문을 모두 닫아놨던 전날과 달리 일부 주민이 집 밖으로 나왔으나 대문을 벗어나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수확 철인데도 마을 주변을 지나는 농기계도 잘 보이지 않아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습니다.
격리된 주민들은 이따금 담장 밖에 있는 취재진을 바라보거나 뒷짐을 지고 마당을 걸으며 답답함을 달랬습니다.
한 주민은 대문을 잠시 벗어나려다가 입구에 있던 공무원에게 제지당해 집 안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이 주민은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잠깐 나왔는데…. 말을 들어야지 어쩌겠어"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주민들이 통제에 잘 따르고 있다"며 "수확 철이라 잠깐 근처 논에 가는 경우는 제외하고는 집 밖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한 주민은 방역 당국 관계자와 공무원들이 집 앞을 지나가자 담장 밖으로 몸을 내밀고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방역 당국 관계자들은 코로나19 검사가 진행 중인 데다, 확진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양해해 달라며 이 주민을 달랬으나 항의는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이 마을에는 32가구에 주민 75명이 살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