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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브리지멤버스 강남직영점 VIP룸에서 협상교육전문가인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파트너변호사(왼쪽)와 배양숙 글로벌인사이트포럼 대표. [사진 = 류재언 변호사] |
독일계 글로벌 화학회사 바스프(BASF)에 근무하면서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과 협상을 많이 했는데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초, 중, 고 교육과정에서 협상 과목을 배워본 적도 없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졸업할 때까지 배울 수 있는 협상 과목이 없었습니다. 입사 후에도 비즈니스 협상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었기에 늘 불안했습니다. 괜히 손해볼 것 같고, 상대 측에 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문적인 협상프로그램을 찾게 된 건 철저히 개인적인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밀리지 않고 이기는 협상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해외 관련 서적과 논문들을 찾아서 읽고 국내 기관도 찾다 결국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협상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미국은 협상을 전문적인 학문의 영역에서 다루고 있는데, 스탠포드대학교, MIT 등은 MBA 과정에서 협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유일하게 하버드대학만 로스쿨에서 운영하는 협상프로그램(PON)이 있었죠. 저는 그쪽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해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50~60명 정도의 학생들은 협상 실무를 하고 있는 기업 CEO, 미국정부 고위 관료, 해외 근무중인 외교관들이었습니다. 저의 연령이 가장 낮은 편 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Q. 협상테이블에서 상대에게 밀렸던 기억은?
바스프에서 근무할 때, 지방 소재 공장 건축 건으로 GS건설과 협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GS건설 담당 변호사와 협상을 하는데 상대방이 저보다 경험이 많아 훨씬 노련하고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저는 밀리지 않으려고 긴장 상태에서 전전긍긍하다 화까지 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의 경험 이후 '어떻게 하면 협상을 할 때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왔습니다. 2018년 6월에 출간한 저의 저서 <협상의 바이블> 부제도 '협상이 불안한 당신을 위한 12가지 솔루션'입니다. 저처럼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제가 찾은 솔루션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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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하버드로스쿨 협상프로그램(PON) 과정에서 류재언 변호사. [사진 = 류재언 변호사] |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로스쿨을 졸업하고 나서 기업에 특화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국내 법무법인은 대부분 소송 관련 일을 하는데, 현재 시점에서 보면 소송은 '과거의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집중합니다. 반면 기업은 '미래에 어떤 일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M&A나 합작 투자를 어떻게 할 지 고민하는 겁니다. 단순히 과거에 생겼던 분쟁을 처리하는 일보다 미래의 일을 하고 싶었는데 바스프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스프는 가장 큰 글로벌 화학기업입니다. 2019년엔 593억 유로, 한화로 약 83조원 가량의 매출을 냈습니다. 저는 바스프 코리아에 입사를 했고, 홍콩에 있는 바스프 아시아 본부에서도 파견 근무를 했었습니다. 5년 근무 후 2016년 2월 말에 퇴사를 했습니다. 퇴사 전부터 차근히 준비해 4월엔 '성수동 인생공간'을 오픈하고 같은 해에 법무법인 율본을 설립했습니다.
Q 성수동 인생공간은 어떤 곳인가?
성수동 골목 안쪽에 위치한 아담한 소호사무공간입니다. 스타트업 자문을 많이 하다보니 스타트업들이 사무공간을 찾기가 어렵다는 상황을 알고난 후 27년된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해 자신의 인생 일을 찾아 나서는 청년들을 위해 2016년 오픈한 공간입니다. 15개 팀이 입주 가능한 소호사무시설로서 각 분야전문가들이 법률, 세무, 지적재산권, 경영자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콘텐츠 커뮤니티인 '인생쌀롱'은 헌법낭독회, TED낭독회, 독서토론, 김광석음악회, 페인팅 나잇, 와인 나잇등으로 운영중입니다.
Q. 2016년이 류재언 변호사에겐 큰 의미가 있는 변혁기의 해이다. 글로벌 기업 퇴직은 위험과 불안함을 동반한 쉽지 않은 결심이다. 법무법인 율본 설립 때문이었나?
그렇습니다. 기업 업무를 담당했던 변호사 3명과 함께 공동 설립을 했습니다. 기업 법률을 전문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은 기업 법무팀 출신들입니다. 설립 후 4년이 지나는 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헤쳐 나오면서 질적, 양적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들의 규모도 커지고, 영향력이 큰 기업들도 율본을 찾습니다. 카카오 그룹 계열사부터 여러 중견기업들이 있습니다. 매출 100억의 스타트업 기업들에도 법률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Q. 대형 법무법인에 비해 다양한 애로가 있었을텐데 4년 만에 단단히 자리 매김한 비결은?
시간의 우선순위를 고객에게 둔다는 점입니다. 대형 로펌이라도 변호사들이 한 사건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변호사의 존재 가치는 고객에게 법률적 문제가 갑자기 닥쳤을 때 드러납니다. 고객 입장에선 '내가 필요할 때 변호사가 얼마나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지, 온전히 시간을 쏟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겁니다. 시간 우선순위를 고객에게 둘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느닷없이 문제가 생겼을 때 즉시 시간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우리 법무법인의 강점입니다. 고객 수가 많아지면 파트너 변호사 영입도 늘릴 예정입니다. 역할 분담을 철저히 해 현재의 강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고 합니다.
Q. 율본의 파트너 변호사면서 비즈니스 협상전략그룹의 대표이사다. 여기서는 어떤 일을 하는가?
기업, 정부기관 등의 단체를 상대로 협상 컨설팅을 제공하고, CEO를 위한 협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엔 협상전문 교육기관이 많이 부족합니다. 아무래도 유교권 문화가 있어 협상이 어색하게 여겨지는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분, 서열, 예절이 명확했던 나라에선 한 쪽이 명령을 내리고 한 쪽이 무조건 받드는 상명하복 문화, 갑을 관계가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부드럽게 '나와 이런 거 해볼래?' 제안하고 설득하는게 익숙하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관계는 갑을 관계뿐 아니라, 협력과 경쟁 관계 등 다양합니다. 한국 교육만 받아서는 다양한 협상 상황을 다루기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만났던 하버드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중학교 1학년 때 협상 과목을 배웠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도 협상 과목을 배우고, 대학교에선 필수 과목이라고 했습니다. 그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은 입시에 정신없이 집중할 때니까요. 저는 경영학 학부 때도, 로스쿨에서도 협상을 배워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슷할 겁니다. 제가 강의에 나가 교육생들에게 협상 과목을 배워본 적 있냐고 물어보면 99%는 '없다'고 합니다. 정부나 학교에서 협상 교육을 시키지 않다 보니 기업 자체적으로 협상 컨설팅을 구하고 있고, 비즈니스협상전략그룹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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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6월 25일 출간된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바이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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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협상전략그룹의 기업협상교육. |
언택트 시대엔 대면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협상 상황을 바꾸는 일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얼마나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얼마나 튼튼한 프레임을 짜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란 얘기입니다. 실제로 만날 땐 협상의 기술을 통해 분위기를 바꾸는 게 일정 부분 가능했다면 언택트 시대에는 얼굴을 직접 보며 친목을 쌓는 기회들이 아예 줄어듭니다. 협상 전략을 사전에 얼마나 촘촘하게 짜는지가 훨씬 중요해질 겁니다.
Q. 협상 키워드 중에서 '의도적으로 감정 지불을 하라'라는 메시지가 중요하다. 미국 펜실베니아 와튼스쿨과 싱가포르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이 메시지가 협상 공학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지만 언택트 시대엔 '의도적으로 감정 지불을 하라'는 메시지는 무의미해지는 것 아닌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면할 때만큼 100% 감정 전달은 안 돼도, 70~80% 전달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친근한 스킨십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밥을 먹진 못합니다. 그래도 감정 표현은 어느 정도 전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줌, 스카이프 등 화상 기술을 많이 이용하니, 얼굴 표정과 행동, 말투를 통해 어느 정도 전달이 된다고 봅니다.
다만 우려가 되는 건 우리나라는 협상할 때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는 게 프로페셔널하다고 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최근 협상학 흐름은 반대입니다. '협상의 전제는 감정은 100% 배제할 수 없다'고 인정하고 '감정은 활용하는 대상이지, 숨겨야 할 대상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와튼스쿨에서 감정의 변화가 협상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논문이 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감정 변화를 노출시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특히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면 상대에게 오히려 양보를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권과 협상을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태도가 좋습니다. 약간의 사대주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상대가 무례하게 행동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허허' 웃습니다. 그런 태도가 한국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인도인과 중국인은 훨씬 공격적입니다. 바스프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이사회에 들어간 사람도 인도인입니다. 한국인, 일본인은 공격성이 적고 착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기만 합니다.
부정적 감정이라도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만 관건은 '얼마나 세련된 표현으로 전하는가?'입니다. 만약 상사가 무례하게 군다면 '지금 본부장님께서 제게 한 표현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식으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했던 BBC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강 장관이 "한국은 일본에게 매우 화가 나있다"고 말했는데 정말 멋지다고 느꼈습니다. 그동안 어떤 장관도 해외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그런 식으로 세련되게 표현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힘이 들어가면서도 호소력 있고, 솔직하면서도 예의를 갖춘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니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그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린 것입니다. 부정적 감정이라도 어떻게 세련되게 전달할 것인가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것을 실패하면 참거나, 싸우거나, 관계가 끝나거나. 이 세 가지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모두 좋지 않은 결론입니다.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을 적절히 섞어서 표현하는 게 자신 감정에도, 협상의 결과적으로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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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저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교수의 와튼스쿨 협상코스강의. |
상대방을 설득할 때 자신의 감정 표현을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만남에선 호감을 주면서 접근합니다. 외식업을 오래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매너가 좋고 호감을 주는 법을 잘 아시는 겁니다. SBS '골목식당'을 보면 직접 코칭 해주는 식당 사장에게 '허허' 웃으시면서 칭찬도 하고 어깨를 두드리는 스킨십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가이드라인과 소신은 명확합니다. 상대가 거짓말하거나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솔직하게 부정적 표현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러시면 안 된다, 시청자를 기만하는 거다', '이렇게 장사하면 사장님이 더 안 좋아진다'며 엄격히 경고합니다. 그러면 상대도 미안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백종원대표는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갑니다. 전문적인 협상교육프로그램을 수료하지 않고도 최고의 협상 기술을 발휘하시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경험을 하며 터득하신 것 같습니다. 나의 감정을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최적의 결과가 나오는지 이미 아는 것입니다.
Q. 감정 표현이 협상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싱가폴 인시아드(INSEAD)의 알란 필리포위츠와 와튼스쿨의 시갈 바르세이드 및 시물 멜와니 연구팀의 논문에 의하면 부정적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때 2배 이상 양보를 끌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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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충족되지 않는 욕구가 인정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만이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우리는 갈증을 느낍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누굴 인정해주는 것에 야박합니다. 오히려 비교하고 깎아내리는 것에 익숙하지요. 그래서인지 인정을 잘 하는 사람이 돋보입니다. 협상에서도 초반에 상대가 원하는 욕구를 바로 발견해서 충족시키는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협상 테이블의 초반 분위기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상호성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내가 상대를 인정하면, 상대도 나의 장점을 인정해주고 우호적 분위기가 됩니다. 저도 협상 10분 전에 그 사람의 어떤 점을 인정할지 고민하고 연구합니다. 보통 SNS를 찾아보거나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면 정보가 어느 정도 파악됩니다. 기업 대표와 협상을 할 경우, 부하직원인 실무자에게 먼저 연락을 해서 기본적인 정보를 물어봅니다. 회사 매출은 괜찮은지, 사람 관리는 어떵게 되고 있는지 등입니다. 협상 당사자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겁니다. 잠깐의 정성으로 협상테이블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Q.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에 투자 자문을 했고, 유럽등 다양한 국가의 기업 투자 자문도 한 것으로 안다. 국가별 비즈니스의 특징이나 차이가 있다면?
일을 시작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신뢰를 바탕으로 일을 시작하고 불편한 말을 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만 동업을 할 땐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가령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건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결혼하는 것과 거의 비슷합니다. 법인과 법인과의 결혼인 셈입니다. 결혼을 하기 위해선 앞으로 생길 결정과 분쟁 사안이 많습니다. 자녀양육은 어떻게 할지, 경제적 문제 처리 방법 등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이런 불편한 쟁점들을 다 묻어두고 좋은 감정 그대로 '일단 가보자'는 식이 많습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은 불편하더라도 먼저 동업 기준을 확실히 정해두고 갑니다. 1번부터 N번까지 처리해야 할 분쟁, 결정 사안에 대해 서로 합의를 세세히 다 하고 나서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경우와 다릅니다. 예를 들어 A와 B가 동업을 할 때, B가 나중에 생길 분쟁을 대비해 분명히 얘기해두자고 하면 A는 B에게 "나 못 믿어?" 라고 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사실 B는 A와 신뢰 관계를 지속적으로 가져가고 싶어 의견을 말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불편한 이야기를 싫어하는 것이지요.
미국과 유럽 기업은 불편하고 싫은 점까지 다 말합니다. 결혼을 예로 들자면 집이 구해질 때 얼마가 필요할지, 주택담보대출을 얼마나 받을 건지, 부모님 아프실 땐 비용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자녀가 생기면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등을 전부 꺼내놓고 미리 합의를 해서 이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듭니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결정 사항을 예상해서 준비하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면 서로가 다른 관점을 가졌더라도 대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고, 양보도 할 수 있고, 지켜야하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선제적으로 조율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이 처음엔 불편하지만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좋은 게 좋은 거다'는 마음으로 일을 진행하면 운이 좋아 비즈니스 성과가 좋을 수 있더라도, 훗날 성공할 확률이 점점 떨어집니다. 비즈니스는 확률 싸움인데, 이런 방식으로선 불확실성이 커지니까요. 어렵더라도 처음부터 불편한 결정과 합의를 해놓는 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이런 사안도 표현하지 못할 사이라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합니다.
Q.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법률적인 디테일부터 잘 정리한 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현재 시점에서 미래에 터질 리스크를 미리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에 터진 문제만 처리하기 급급합니다. 사전에 리스크를 대비하지 않고,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일을 하는 편입니다. 선제적 대비가 당연하다는 인식과 공감대가 있어야합니다. 제가 중견기업인 (주)센트럴과 기업 간 합작법인 설립 건을 두 번 진행했었는데 철저하게 불편한 사안들을 먼저 소통후 시작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정서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Q. 법무법인 율본을 찾는 중국, 영국 기업 고객사의 일 진행 방식 차이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신뢰를 쌓는 시간과 방식이 다릅니다. 중국이 훨씬 깁니다. 유럽과 미국 등 서양문화권 국가는 신뢰도 중요시하지만, 상호간 이익이 되는 거래라면 신뢰를 쌓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계약을 진행합니다. 매우 실용지향적입니다. 반면 중국은 관계 중심적입니다. 한국, 일본, 중국은 보통 관계 중심적이고 상호간 신뢰를 쌓는 시간이 길게 걸립니다. 그렇지만 한번 신뢰가 쌓인 관계는 공고하게 갑니다.
서면 합의를 대하는 무게감도 다릅니다. 바스프 홍콩지사에서 근무할 때 중국 상하이에 가서 중국 기업과 계약 협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3개월 전에 1차 합의서를 작성한 상황이었고, 저는 2차 합의를 진행하려고 갔습니다. 굉장히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첫 날 협상에서 중국 측이 이미 끝난 1차 합의내용을 바꾸려고 했는데, 독일 기업인 바스프 입장에선 전혀 이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1차 서면 합의는 예전에 끝난 건이니까요. 하지만 중국은 '?시' 문화가 있는 만큼, 관계에 따라 이미 정해진 사안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종일 다투다가 독일 바스프 측에서 "우리는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신뢰를 토대로 이 프로젝트를 3개월 동안 진행해 왔다. 이렇게 1차 합의를 변경하려고 하면 신뢰 관계가 파탄 났다고 생각하고 떠날 것이다"고 엄중히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에도 1차합의 사항을 변경하려고 하면 우리는 돌아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중국 기업 측 대표이사가 다음날 오전에 와서 고개 숙여 사과했습니다. 독일 협상 팀이 부정적 감정을 세련되게 표현했고, 이게 전달이 잘 된 겁니다.
Q. 글로벌기업인 독일 바스프와 일본기업 토다코교가 합작 법인을 세울 때 협상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다.
독일은 지분 구조에 대해 초반에 설정을 치밀하게 잘 해놓는 편입니다. 보통 합작법인 설립할 때 5:5로 지분을 나눕니다. 유니클로는 일본이 51%, 롯데가 49%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스타벅스는 이마트가 50%, 스타벅스 본사가 50%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5:5 구조는 장단점이 명확합니다. 잘되면 좋은데 안되면 바로 갈라설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저희가 진행한 합작 법인은 독일 바스프가 66%, 일본 토다코교가 34%의 지분을 가져가는 구조였습니다.
66%와 34%의 지분 비율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회사를 합병하고 해산하는 등 특별히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특별 결의를 진행할 수 있는 요건을 의결권 가진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것입니다. 일본기업인 토다코교가 가진 34% 지분은 특별결의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방어책인 겁니다. 이렇게 합작법인을 진행하는 설정을 아주 세밀하게 해놓습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게 말입니다.
Q. 협상교육전문가이니 타인을 설득하는 일을 잘 할 것이다. 소개 하고 싶은 성공 케이스가 있는가?
바스프 홍콩지사에서 일하면서 느낀건 협상 포트폴리오를 잘 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겁니다. 한 팀에 A 변호사와 B 변호사가 있다면, A 변호사는 분석적이며 논리적이고, 데이터에 기반 해서 협상을 하는 날카로운 캐릭터입니다. 반대로 B 변호사는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강점이 있는 사람입니다. 두 유형의 변호사를 한 팀에 전략적으로 배치해 '배드 캅' 역할을 A가 하면서도, B가 적절한 때에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듭니다. 동시에 시너지를 발휘하는 겁니다. 입사 초기였던 저는 정말이지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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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스프 홍콩지사에서 소에른 바우만 아시아퍼시픽 법무세무총괄책임자(중앙)와 류재언 변호사. |
신뢰는 협상에서 가장 비싼 자본입니다. 스티븐 코비의 저서 <신뢰의 속도>에서 '신뢰는 거래 속도를 빠르게 하고 거래의 비용을 줄여준다'고 얘기합니다. 신뢰를 받는 사람은 한 마디로도 거래를 끝내고, 신뢰를 못 받는 사람은 어떤 말을 해도 거래를 쉽게 성사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협상에 있어서 신뢰는 굉장히 비싸고 얻기 어려운 자본입니다. 신뢰만 있으면 모든 일이 빠르고 정확하게, 저비용으로 진행되지만 신뢰가 없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관계도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평소에는 사람들을 위하는 척 하다가 나중에 철저한 이용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을 분별하는 류재언 변호사의 방법이 있다면?
저는 사전에 주변인들에게서 당사자를 팩트 체크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합니다. 말투에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책에 따르면 대개 '받기만 하는 사람(테이커)'들은 대화가 자기중심적입니다. 시간도 자기중심적으로 활용하는데 약속시간에 늦어지는 것이 일상입니다. 자기가 상대로부터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고수의 '테이커'는 이런 습관조차 드러내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면 모두 이기심을 가지고 있는데, 하수는 다 드러내고 고수는 상대를 모르게 하는 것이지요.
Q. 5단계의 신뢰도 중 1단계는 '스팸' 단계이고, 5단계는 '말 한마디에 일이 진행되는 단계'라고 했다. 5단계에 해당되는 주변인은 얼마나 있는가?
저의 주변 사람들 중에는 2~3%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4단계 이상만 되면 큰 신뢰가 쌓인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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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의 속도 [스티븐 M. R. 코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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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도 5단계 [도키 다이스케] |
맞습니다. 대화를 할 때 성급함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실적 압박 등 그들의 상황이 있다 보니 바로 이기심을 상대방에게 드러내고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 상대방은 "나를 수단으로만 생각하는군"하고 판단합니다. 즉시 믿음에 균열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니 상황이 급하고 자신의 감정이 상하더라도 참고 견디는 사람이 내공이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람도 일도 잃고, 신뢰마저 무너지게 됩니다. 깊은 관계가 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Q. 동시에 아는 지인 A, B 사이에 법률적 분쟁이 생겨 A와 B 양쪽에서 법률 자문을 요청하면 ?
법률적으로도 쌍방 대리는 우선 안 됩니다. 그런 경우라면 A와 B 중 한 명만 택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지요. 저는 둘 사이에서 중재를 하려고 노력을 할 것 같습니다. 한 쪽 법률 대리인으로 수락을 하지 않고 갈등을 풀기 위해 양쪽의 얘기를 각각 들어보고 합의점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그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중재 역할이고, 누군가를 선택할 수는 없다. 만약 법률대리인이 필요하다면 각자 다른 변호사를 찾길 바란다.'라고 하겠습니다. 그 방법이 두 사람 다 잃지 않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두 사람 다 내가 노력한 것도 알고, 두 사람을 생각해서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아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A를 선택한다면 B는 저를 떠날 것이고 A도 저의 사람으로 남을 것이라고 자신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A 역시 제가 '누군가를 버릴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Q. 메시지보다 메신저가 중요하다고 했다.
<팩트풀니스>라는 책이 유행한 것처럼, 최근엔 팩트 중심으로 얘기하는 것이 현대 대화의 흐름입니다. 그러면서 팩트에만 집중을 하고 메신저의 신뢰도에 대해 간과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떤 메시지인지'보다 '메신저가 누구인가'에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이 좋다고 해도 발신제한번호로 왔다면 사람들은 즉시 그 번호를 '스팸'처리합니다. 신뢰를 받는 메신저의 역할이 더 중요한 '메신저 효과'입니다. 평소에 SNS의 글을 볼 때, 좋아하는 사람이 올린 글엔 무조건 '좋아요'부터 표시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올린 글은 그냥 넘겨버리지요. '어떤 팩트를 전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신뢰 받는 메신저가 될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신이 메신저로서 신뢰 받지 못한다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도 오해만 삽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소 팩트가 부족한 메시지를 전달해도 주변에서 믿어주고 오히려 부족한 팩트를 보완해주면서 도와주기도 합니다. 결국 메신저로서 신뢰를 쌓는 법을 선행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Q. 신뢰 받는 메신저가 되는 게 중요하지만 정해진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도출해야하는 상황이라면 신뢰를 쌓을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가?
물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데 비즈니스적 성과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상대가 신뢰하는 제3자 메신저에게 소개를 부탁하거나, 본인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대가 본인에게 가진 신뢰도가 0~1단계밖에 안되더라도, 상대로부터 4단계 신뢰를 받는 제3자의 메신저가 있다면 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높은 신뢰를 받는 메신저가 대신 전달해준다면 본인의 메시지도 상대에게 믿음직하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스스로 신뢰받을 만한 행동도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Q. 협상에서 '베트나(BATAN·차선책)'는 무엇인가?
지난해 7월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 정부가 한국에 수출 규제를 가한 적이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이 중요한 우리나라에 치명타를 입히기 위해 반도체 핵심 원료 3가지를 허가제로 바꾸고 수출을 불허한 것입니다. 그중 하나가 액체 불화수소입니다. 당시에는 높은 순도의 액체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다루는 우리나라 기업에선 좌불안석이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에 직접 방문해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불가능 했었습니다. 거래 관계에서 구매자가 '갑'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지만 구매자가 을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이 생산하는 액체 불화수소를 대체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협상결렬대안'이 없었다고 평가하고, 이것을 '베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라고 합니다. '베트나'가 없으니 협상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이즈음 SK와 삼성은 낮은 순도의 액체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인 솔브레인을 찾아갔습니다. 즉시 정부와 기업들이 협업을 해서 6개월 만에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고순도 액체불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베트나'가 생겼고 갑을 관계가 바뀌게 됩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들이 일본 기업에 압박을 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일본기업이 먼저 깬 신뢰 관계는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기업을 신뢰해서 베트나를 따로 확보하지 않았는데, 뒤통수를 맞으면서 신뢰가 깨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턴 삼성이 일본기업 측에 가격 압박까지도 할 수 있게 된 상황입니다. 협상에서도 갑을 관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를 결정하는 요소가 '베트나(BATNA)'입니다.
Q. 모든 협상의 결과는 수치와 인간관계로 나타난다고 했는데 이 두 가지를 완벽하게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두 가지 모두 완벽하게 성공한 사례보다는 아쉽게 한 쪽이 만족이 안 됐던 사례가 먼저 떠오릅니다. 법률 대리하는 모 기업의 임원과 협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퇴사 보상 체계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갔습니다. 회사 측에선 원하는 바가 명확해서 그 기준으로 4시간 가까운 심도 있는 협상을 했고 거의 마무리가 된 상황에서 임원 분이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건에 대해 양보해줄 수 없는가?"라고 저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회사측에 물어봤지만 '상황상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결국 그 임원도 결과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저로선 '더 좋게 헤어질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협상 수치로는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인간 관계 측면에서 무엇인가를 얻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저는 협상이 끝나면 늘 복기를 합니다. 협상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주변에서 많이 질문을 하는데 저의 대답은 " '복기'를 해야 한다."입니다. 이세돌 전 바둑기사는 바둑 AI 알파고와 대결에서 연속 세 판을 패한 상황에서도 그날 새벽까지 복기를 했다고 합니다. 결국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바둑기사가 됐었습니다. 복기를 많이 해야 그 다음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 날도 복기를 했는데, 협상은 이겼지만 마음속에 아쉬움이 오래 남았습니다.
Q. '우리는 감정적 이유로 결정하고 논리적 이유를 댄다'라는 말은 당연한 얘기가 아닌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할 때, '팩트 폭행'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정보의 가치를 높이려면, 이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의 호감도와 신뢰도가 높아야 합니다. 우리는 AI 알파고와 협상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은 감정, 인식, 행동 순입니다. 거래를 하려면 먼저 '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감정이 들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팩트를 나열하는, 즉 이른바 '팩트 폭행'을 하면서 인식을 바꾸려고 하면 감정이 먼저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저는 '팩트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상대의 감정을 2%만이라도 열어놓고 정보를 주면 상대는 제가 준 정보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상대를 인정하거나 배려하는 행동을 초반에 살짝만 해도 효과는 큽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개 비즈니스를 할 때 이런 경우가 많은데,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칭찬하거나 인정하고, 분위기를 유연하게 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제 생각엔 대체로 여성 CEO분들이 세심하게 행동하고 배려하면서 더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언택트 시대가 이미 일상이 된 지금은 이런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타인을 설득하거나 협상을 할 때 과거엔 직접 만나 술을 마시고 골프를 치면서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메일과 통화 등으로도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제가 독일기업 바스프에서 근무할 때 존경한 한 변호사는 항상 이메일의 마지막 문구로 'Thanks in advance for your kind support (당신의 친절한 협조에 대해 나는 미리 감사하다)'를 썼습니다. '이 일 좀 해주세요.'라고 하면서 당신의 친절한 협조에 미리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니, 부탁 받는 사람의 마음도 부드러워지는 겁니다. 메일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나를 인정하고 고마움을 표현해주는데, '열심히 일 해야지'라는 마음이 드는 겁니다. 저도 가족들과의 일상에서 아이들에게 "이것 좀 해줘, 미리 고마워"라고 말합니다. 살짝만 표현을 바꿔도 사람 마음이 움직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미리 고맙다'는 표현은 잘 하지 않는 게 아쉽습니다.
Q. 대기업, 중견 중소기업, 스타트업과 모두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분위기와 태도에서 차이가 있는가?
성장하려는 스타트업 기업은 분위기와 태도가 다릅니다. 제가 자문을 했던 중견기업인 (주)센트럴은 국내 상장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려는 곳이었습니다. 합작법인 설립 일주일 후, 담당자가 저에게 이메일을 주셨는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좋았다'고 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피드백을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업의 약점, 강점, 일 처리 속도 등의 질문에, 이 기업은 제대로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세세한 피드백도 드렸습니다. 인정을 받으니 고객기업에 대한 애정도 더 생겼습니다. 해서 중요한 업무가 끝나면 저도 상대방에게 '저와 관련된 피드백을 물어보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협상교육전문가인 류재언 변호사와의 협상에서 100% 승률을 기록하는 상대가 있다. 6살인 딸 선율이다.
평소에 일을 대할 땐 냉철하고 균형 감각이 뛰어난 그를 무장해제 시키는 건 딸에 대한 무한한 사랑 때문일 것이다.
지난 8월 15일, 인터뷰 질문을 준비하던 중 팩트 체크가 필요한 내용이 있어 톡을 했었다. 류재언 변호사로부터 어머니와 대구 팔공산 갓 바위를 오르는 중이라며 사진 두 컷이 도착했다. 자랑스럽고 든든한 아들과 손 꼭 잡고 갓 바위를 오르며 행복하셨을 류 변호사의 어머니, 유순임 여사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물론 갓 바위 앞에서 두 손을 모아 했을 기도의 내용도 이미 알듯하다. 자신보다 아들과 그의 가족들을 위한 간절한 염원이었으리라.
일에 대한 열정의 양 만큼이나 바쁜 그가 주말에는 어김없이 가족과 함께하는 모습에서
협상교육전문가이자 변호사로서 그 분야의 진정한 리더인 이유가 명확해졌다.
일과 가족의 균형! 그 멋진 밸런스를 위해 보이지 않게 애쓰는 류 변호사는 자신과의 협상에서도 역시 승리자다.
'협상교육'분야가 여전히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그는 협상교육전문가, 기업전담 파트너변호사로서 큰 걸음을 보여주고 있다. 류 변호사가 더 높은 주춧돌을 놓는 선도자로서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세대에 협상 교육의 필요성을 확산시켜주길 바
초속의 다변화 시대!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초연결의 글로벌 환경에서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ionship )을 생각해 볼 때,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협상력이 국가와 세대를 초월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배양숙 글로벌인사이트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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