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3일 개천절 당시 서울 광화문 광장 등 도심 집회를 차벽을 이용해 원천 차단한 것과 관련해 방역을 우선시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오는 9일 한글날 역시 집회를 강행할 경우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5일 김창룡 경찰청장은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개천절 차단 조치는 직접적인 접촉에 의해서 야기될 수 있는 전염병 감염 또는 확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찰이 선택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대와 경찰, 시위대와 일반시민간 접촉을 최소화할 방법이 집회 예정 장소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주요차도에는 경찰차벽을 설치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일부 장소에서는 집회 참석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특히 "경찰의 차단조치가 너무 과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는 것을 안다"며 금지된 집회는 사전에 현장에서부터 집결을 제지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고, 그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어 "금지 집회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감염병 예방과 법 집행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였다"며 "금지 통고된 집회 또는 미신고 집회가 버젓이 개최될 수 있도록 경찰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집회를 막기 위한 경찰 차벽이 2011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는 지적과 관련해 경찰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특정 요건을 갖추면 차벽을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2017년 판례를 제시했다. 차벽을 설치해 집회를 차단한 것이 무리한 결정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보수단체가 오는 9일 한글날에도 집회 신고를 낸 것에도 김 청장은 "일부에서는 만명까지도 모인다는 얘기도 있다. 집회신고 등을 잘 분석하고 위험요인도 방역당국과 깊이있게 협의하겠다"며 "개천절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8·15시민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종로경찰서에 오는 9일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1000명 규모 집회를 하겠다고 이날 신고했다. 최인식 8·15시민비대위 사무총장은 집회 신고 전 종로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보문고~미국대사관과 소공원~광화문사거리에 각각 1000명 규모의 집회 신고를 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한글날 서울 지역에 신고된 집회는 이날 기준 총 1096건이다. 경찰은 이 중 102건에 개최 금지를 통고했다.
경찰은 국회에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에 경찰이 반대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이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경찰청은 기자단에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전반적으론 찬성하지만 일부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청은 "검찰청으로부터 파견받은 수사관을 공수처 수사관 정원에 포함하는 조항을 삭제하자는 개정안 조항에 대해 특정 수사기관의 독점화 우려가 있어 현행법을 유지하자는 의견을 냈다"며 "처장의 직무와 관련해 공수처의 수사협조 요청이 있는 경우 이에 바로 응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삽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행정기관의 직무 재량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응하도록 하자는 수정 의견을 냈다"고 했다. 공수처와 검찰 양쪽이 상대기관 검사의 범죄를 상호 수사할 수 있도록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바련한 조항에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을 추가하는 것이 공수처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도 경찰 의
한편, 김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올 12월 만기 출소해 경기도 안산에 머물 것으로 알려진 조두순에 대해 "주민들 불안이 상당히 높아 집 근처에 경찰 초소를 설치하고 형사·여성청소년 강력팀과 필요 시 기동순찰대를 투입해 24시간 순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성호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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