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인 3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보수단체 시위대의 기습 집회 움직임에 경찰은 철저한 단속으로 맞섰다. 시민단체 소속 회원들은 '국민 여러분 문을 박차고 나오세요', '나라가 니꺼냐'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규탄했다. 주변에선 집회에 동원된 경찰관들을 상대로 욕설을 하는 1인 시위자들도 포착됐다. 집회 참석자가 10명이 넘자 경찰은 즉시 이들 집회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해산을 요구했지만 집회는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결국 경찰은 4시께 병력 200여명을 동원해 기습 집회를 강제 해산 조치했다.
이날 '8·15 집회 참가자 국민 비상대책위원회'는 광화문역 1번 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옥중 서신을 대독했다. 전 목사는 입장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실정을 코로나19에 전가했고 광화문 집회를 탄압했다"며 "아무리 집회를 탄압하고 국민들을 억압해도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자유동맹 등은 절대 무너뜨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강연재 변호사는 "광화문 일대를 이렇게 경찰이 막아 놓는 게 과연 코로나19 때문인가. 코로나 막자고 이러는 것인가. 벌거벗은 임금님 한 명 때문에 다들 고생하는 것 아니냐"며 "문재인 대통령만 내려오면 끝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보수적 성향의 시민단체인 '애국순찰팀',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행동(새한국)'은 이날 경기도, 서울 일부 지역에서 드라이브 스루 차량 시위를 실시했다. 애국순찰팀 관계자들은 차량 9대를 동원해 오전 경기도청에서 출발해 정오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수감중인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방역조치 등을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조 전 장관의 방배동 자택 인근을 지나 광진구 구의동 추 장관의 자택 앞에서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새한국도 이날 오후 2~4시 서울 강동구 굽은다리역에서 출발해 강동 공영차고지로 도착하는 경로로 9대 규모의 차량 시위를 펼쳤다.
앞서 이들 단체들은 개천절에 차량 10대 미만 시위를 열겠다며 경찰에 집회 신청을 했다. 하지만 경찰이 "대규모 집회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모두 금지통고를 내리자 이들은 경찰 등을 상대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차량 2명 이상 탑승 금지, 창문 열기 금지 등 조건 하에 애국순찰팀, 새한국이 신청한 드라이브 스루 집회 2건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날 경찰은 경비 경력 180여개 부대에서 약 1만1000여명을 동원해 집회 참가자들의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했다. 또 광화문, 서울시청 광장 일대에 경찰 버스 300여대를 동원하고 철제 펜스를 설치해 집회 참가자, 시민의 진입을 전면 봉쇄했다. 서울 시내 진입로 90개소엔 검문소를 설치해 도심으로 들어오는 시위 관련 차량을 점검하기도 했다. 개천절 집회에 따라 오늘 오전 9시부터 5호선 광화문
한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경찰이 광화문, 시청 광장 출입을 전면 차단한 것과 관련 페이스북에 "코로나 긴급조치, '재인산성'으로 변한 광화문. 데 키리코의 형이상학적 회화를 보는 듯"이라며 비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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