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두번째부터) 박재형·최성미 부부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으로부터 생명존중대상을 수상하는 모습. [사진 제공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
이런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세상은 살맛 나지 않을까. 소중한 생명을 구한 우리사회의 작은 영웅 박재형·최성미 부부 얘기를 시작해 본다. 사건 1년이 지난 28일 코로나19 탓에 전화 인터뷰로 부부의 얘기를 들어봤다.
때는 지난해 9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새벽 6시 평소와 같이 남편 출근 준비를 돕던 아내 최성미 씨는 두 눈을 의심했다. 맞은편 아파트 16층 복도 창문에 팔과 다리를 내놓은 채 앉아있는 한 남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에 최씨는 급박하게 남편 박재형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뛰어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희가 사는 곳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 복도 창문에 누가 팔다리를 내놓고 위험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상황이 위험한 걸 직감한 저는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남편 박재형 씨는 출근을 뒤로 하고 맞은편 아파트로 달려갔다. 긴급한 상황에 혹여 큰일이 날까 숨이 멎을 정도로 뛰었다. 아내 최씨도 뒤따랐다.
"남편이 허겁지겁 달려갔는데 아파트 현관 문이 닫혀 있었어요. 하지만 관리사무소와 주민분들이 도와주셔서 현장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땐 그 청년이 엉덩이만 창문턱에 걸쳐져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는데요. 이를 본 남편이 지체 없이 다가가 뒤에서 끌어안아 내리고 복도에 앉혔습니다."
남성 주변에는 삶을 비관하려한듯 소주병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오기 전까지 또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그래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어줬어요. 처음에는 팔과 다리가 아파트 난간에 나와 있는 걸 보고 너무 놀랐어요. 하지만 제가 소리를 지르면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최대한 다독이면서 이야기를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말을 나눴죠. 얘기를 들어보니 참 딱했습니다. 이 지역 주민도 아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최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가슴이 답답해서 올라가면 가슴이 시원해질 것 같았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저희도 아들이 있어서 그 이야기가 공감이 되었죠. 딱 아들 같은 마음에 저나 남편이나 몸이 먼저 움직였다고 생각해요."
당시 상황에 대해 최씨는 이렇게 떠올렸다.
"술에 많이 취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주변을 보니 복도 쪽에 소주 병이 나돌아 다니고 있었죠. 사건 이후 아파트 CCTV를 확인해보니 새벽에 올라가서 밤새 술을 먹었던 거였습니다. 끌어내리고 나니 본인은 자살할 생각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 상황이 너무 위험했죠. 까딱 잘못하면 떨어져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만약 저희가 그때 구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끔찍합니다. 술에 취한 상황이면 욱하는 마음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수 있잖아요. 말은 그렇게 해도 힘든 게 많았었는지 술에 취한 와중에도 속마음을 털어내는 걸 보니 짠한 마음이 앞섰죠."
최씨는 이날 사건 이후 주위를 좀 더 살펴보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최씨 아들이 이 사건 이후 사흘 뒤 결혼을 한 터라 이날 만에 하나 무슨일이 있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주위를 조금 더 살펴보게 됐습니다. 너무 놀라기도 했고 아차 잘못한 순간에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이 되었죠. 그래서 요즘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서로서로 주위를 잘 둘러보자고 얘기를 하고 다닙니다. 마침 사건 며칠 후 아들 결혼식도 있었던 터라 이 일이 남일 같지 않았어요. 또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게, 내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최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만 더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간곡히 전했다.
"위험한 결정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만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야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한 선택이겠지만, 그 주변에 남는 사람들이 슬퍼할 것까지 생각해 봤으면 해요. 힘든 마음은 공감이 되기 때문에 저희도 한편으론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만, 부모님이 밤낮으로 키우고 함께 했던 지난날을 생각해본다면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그 현장에서 큰일이 났었더라면, 저희야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슬퍼할 생각을 해보면 지금도 눈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정말, 너무 힘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처럼 일면식이 없더라도 남을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습니다."
박재형·최성미 부부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으로부터 지난해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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