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날에 선별진료소를 준비하며 비상 근무를 했는데 추석 때까지 운영할 줄 몰랐네요. 중대 고비인 만큼 연휴를 반납하더라도 코로나19와 싸움의 최전선은 지켜야죠."
경기 성남시 분당구보건소 함승현(57) 감염병관리팀장은 추석 연휴 닷새 동안 쉬지 않고 매일 출근합니다.
선별진료소 운영 책임을 맡는 터라 연휴 첫날인 오늘(30일)도 아침 일찍 보건소에 나왔습니다.
연휴 기간 선별진료소는 오전반(9시∼낮 12시)과 오후반(오후 3∼6시)으로 나눠 8명씩 근무하며 검체 채취는 보건소 소속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3명이 번갈아 담당합니다.
함 팀장도 필요하면 방호복을 착용한 상태로 선별진료소 일을 돕고 환자 이송에도 나섭니다.
"제가 코로나19 경험자입니다. 중증은 아니었지만, 근육통·몸살에 후각 이상까지 겪어봤죠. 격리의 불편까지 생각하면 코로나19는 무조건 예방이 최선입니다"
함 팀장은 지난 3월 25일부터 2주일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과 용인생활치료센터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완쾌했습니다.
그는 49명의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분당제생병원과 관련한 방역활동 과정에서 감염된 분당구보건소 직원 5명 가운데 1명입니다.
이들은 완치 판정을 받은 뒤 곧바로 현장에 복귀했고 혈장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혈장 공여에 모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월 28일 문을 연 분당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는 그제(28일)까지 8개월여 동안 1만9천780명이 찾았습니다.
하루 평균 81명꼴인데 광화문 광복절 집회 관련자들이 몰린 지난달 말에는 하루 318명까지 진료를 봤습니다.
현재 관리하는 자가격리자는 444명으로 많을 때는 1천 명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확진자 수도 164명에 달하는 등 경기도 내 보건소 선별진료소 가운데 업무 강도 면에서 단연 최고 수준입니다.
게다가 분당서울대병원, 분당차병원, 분당제생병원, 국군수도병원 등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음압 병상이 있는 병원들이 산재해 이들 의료기관과 협조체계 구축과 유지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코로나19와 악전고투를 고려해 분당구보건소는 글로브 월(Glove Wall) 검체채취 부스 2대와 냉방기가 있는 컨테이너 2대를 지난 6월 설치했습니다.
글로브 월 검체채취 부스는 진단검사를 받는 사람이 투명한 아크릴 벽(Wall) 밖에 있으면 의료진이 비닐장갑(Glove)이 달린 구멍을 통해 손을 뻗어 검체를 채취하는 시설입니다.
의료진 공간은 검사자와 동선이 완벽히 분리돼 레벨D 방호복을 입지 않고도 안전하게 검체채취 검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냉방기가 달린 컨테이너는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온이 치솟는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진료소별 운영 시간을 자율 조정토록 하고 사전예약제도 도입해 의료인력의 휴식 시간을 확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선별진료소를 포함해 분당구보건소는 연휴 기간 전체 정규직 직원(56명)이 2∼3일씩 근무하게 되는데 모두 불만이 없습니다.
보건소 직원들은 고향 방문과 친인척 모임 등을 자제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지만, 애당초 연휴 기간 휴무인 날에도 집에서 보낼 작정이었습니다.
연휴 기간 이틀 이상 쉴 수 있어 감지덕지라는 직원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분당구보건소 감염병대응팀 한윤선(54) 팀장은 "선별진료소뿐 아니라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인력이 24시간 보건소에서 대기한다"며 "다행히 최근 들어 확진자가 줄며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이 조금 줄어들었는데 추석 연휴에 방역을 소홀히 하면 향후 확산세가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직원 모두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