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자체가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에어컨을 구매하고, 조달청에 대금을 지급했다. 에어컨 업체는 조달청을 통해 주문을 받아 해당 지자체 사무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 이 과정에 업체에 고용된 근로자가 안전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다. 이럴 경우 에어컨 업체는 물론 지자체도 사고 책임을 져야 할까.
최근 울산에서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울산시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며 과태료 처분을 하자 울산시가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나라장터를 통해 구매한 자재를 판매 업체가 설치하는 과정에 발생한 사고를 두고 지자체에 안전 관리 책임을 지운 것은 이례적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지난 5월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지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30대 근로자 추락 사망 사고 관련 공사를 발주한 울산시 종합건설본부도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과태료 2000만원을 사전 부과했다. 지붕 공사를 맡았던 업체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검찰에 송치됐다.
울산전시컨벤션센터는 한진중공업 컨소시엄이 공사 중이지만 지붕 공사는 조달청에 등록된 중소기업 A사가 맡았다. 종건은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A사의 지붕 자재를 구매했고, A사는 자재를 납품하면서 설치 공사를 했다. 사고 당시 난간 등 안전 장치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A사는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공사 대금에 안전관리비가 포함되지 않아 난간 등 안전 장치를 설치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고용노동부는 공사 대금에 안전관리비 항목이 명시되지 않았고, 울산시가 안전관리비를 따로 지급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물품은 조달청과 업체 간 계약에 의해 대금이 정해진다.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인터넷 쇼핑을 하듯 자재를 구매하고, 대금은 조달청에 지급한다. 지자체는 조달청과 업체 사이의 계약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통상적으로 물품 대금에 안전 관련 비용도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나라장터에서 구매한 자재를 설치하는 과정에 사고가 나도 지자체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관급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공사를 발주한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는 관급공사 현장에서 만큼은 사망 등 중대 재해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이번에 법을 엄격하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나라장터에서 자재를 구매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설치까지 하기 때문에 공사로 봐야 한다"며 "지자체는 법적으로 안전관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지나친 법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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