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11년 만에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동결 잠정 합의를 끌어낸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2분기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난 데다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 출범한 새 노조 집행부가 '실리' 성향인 것과 맞아 떨어지면서 파업이 없었고, 교섭 기간도 역대 두 번째로 짧은 것으로 기록했습니다.
◇ 코로나19로 휴업 반복·매출 하락…노사 '위기' 공감
현대차는 올해 2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산 부품이 공급 차질을 빚으면서 전 공장이 순차적 휴업을 겪었습니다.
휴업 사태는 코로나19로 해외 시장 판로가 막히고,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3월을 제외한 7월까지도 일부 공장에서 이어졌습니다.
판매량도 급감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매출액은 7.4%, 영업이익은 29.5%가 줄었습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은 5천90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2.7%로 1.9%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국내에선 제네시스 신차 인기로 그나마 선방했으나, 중남미, 유럽, 북미, 중국 등에서 모두 판매가 크게 줄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으로 지속해 경영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입니다.
울산공장 안에서도 지난 2월 28일과 이달 1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씩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기본급 동결은 어느 정도 예견됐습니다.
노조는 올해 임협 상견례에 앞서 임금과 관련해 조합원들에게 "사회적 여론 앞에 많은 성과를 내기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며 "4차 산업혁명 관련 고용보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에 투쟁 방점을 찍을 것이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회사 역시 기본급 인상은 다른 업체 노동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교섭이 시작되자 속도를 냈습니다.
노사는 향후 전기차 전용 공장 지정 노력,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 수요 다양화에 맞춘 다품종 생산 관련 설비투자 지속 등에 합의하면서 고용 안정에 뜻을 모았습니다.
성과급 지급 규모와 관련해선 노사가 막판까지 줄다리기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해 코로나19를 잘 방어한 점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지급하기로 하면서 원만히 해결했습니다.
현대차 노사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 '실리' 성향 노조 집행부, 2년 연속 무파업 잠정 합의 성과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잠정 합의를 무분규로 끌어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분규 잠정 합의인데, 노조가 연속으로 파업 없이 잠정합의안 것은 2009∼2011년(3년 연속)에 이후 두 번째입니다.
현 노조 집행부의 '실리' 성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말 당선돼 올해 1월 출범한 새 노조 집행부는 "'뻥'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국민에게 인정받는 노조가 되자"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2월 휴업 사태 발생했을 때는 조합원들에게 "고객이 없으면 노조도 없다"며 "품질력을 바탕으로 생산성 만회에 적극적으로 나서자"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4월에는 사측은 고용 보장, 노조는 임금 인상 자제로 요약되는 올해 독일 금속노조 합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임협 타결도 교섭 시작 후 2개월 이내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실제 올해 임협은 잠정 합의까지 역대 최단 기간 수준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난달 13일
일반적으로 이르면 3개월, 길게는 7∼8개월 가량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짧습니다.
2009년 노사협상이 잠정 합의까지 38일이 걸린 데 이은 역대 두 번째입니다.
현대차 올해 임협은 이 잠정합의안이 이달 25일 치르는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되면 모두 마무리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