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립학교의 교장이 운동부 코치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여전히 교장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만 받아도 보직에서 해임되는 공무원 문화와는 많이 다르죠.
사학법인은 말 그대로 사학이 모든 인사권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다 보니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보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유명 축구선수를 배출한 사립학교의 교장이 최근 축구부 코치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2년 전 회식자리에서 같은 남성인 코치 A 씨의 몸을 만지는 등 추행을 했다는 겁니다.
해당 코치는 당시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비정규직 신분이었기 때문에 주변의 만류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A 코치
- "조금만 참자 계약 안 되면 어떡하냐 이런 걸로 시끄럽게 만들어서 만약 계약이 안 되면 너만 손해다. 비슷한 답변들이셨죠, 다."
「수사가 시작되자 교장이 유리한 진술을 부탁하는 등 직원들을 회유하려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사립학교 특성상 재단 이사장이 인사권을 가진 상황에서 교직원들은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 인터뷰 : 학교 관계자
- "폭행을 당하신 선생님도 계시다 하고…. 아무래도 저희가 사립학교다 보니까 교장선생님 권한이 너무나도 세요. 학교 선생님도 쉬쉬하고 계신 것 같고…."
하지만, 교장 측은 "사실과 다르고 축구부 해단 갈등과 엮여 있는 문제"라며 "재판에서 상세히 소명할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문제는 기소까지 된 상황이지만 교장은 현재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육청도 수사기관의 통보를 받으면 징계 의결 요구만 할 수 있을 뿐, 직위해제와 징계 수준의 결정은 재단 이사장 권한인 탓입니다.
▶ 인터뷰 : 교육지원청 관계자
- "사립학교가 법인에서 설립한 거고 처분권자가 법인이잖아요. 저희가 (징계 의결) 요구를 해놨잖아요."
전문가들은 사학법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박흥식 /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 "설립자 아시는 분들끼리만 (운영)하고 있고 정부가 공정한 운영을 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아직 충분히 마련되고 있지 않은 상황…."
각종 인권 침해와 갑질 의혹 등이 잇따르면서 사학법인에 대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보미입니다. [spring@mbn.co.kr]
영상취재 : 변성중 기자·김진성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