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편의점에 자주 들렀어요. 아동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을 다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오늘(17일)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한 주택가 인근 편의점 점주는 며칠 전 발생한 안타까운 화재로 중태에 빠진 아이들을 우애 좋은 형제로 기억했습니다.
◇ "급식카드로 구입 가능한 품목 구분할 정도"
이 점주는 "주로 저녁 시간대에 형과 동생이 단둘이 왔는데 항상 1만 원 이상씩 먹을거리를 사서 갔다"며 "형이 빨리 고르라고 하면 동생이 군소리 없이 잘 따랐다"고 떠올렸습니다.
이어 "사용 품목이 제한된 아동급식카드로 초코우유나 과자류를 구매했다"며 "워낙 자주 오다 보니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4일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던 어린 형제가 갑작스러운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10살 A군과 동생 8살 B군은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119에 화재 신고를 했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집 주소를 말하고는 "살려주세요"만 계속 외쳤습니다.
이 불로 A군 형제는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서울 모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어린 형제를 덮친 화마가 지나간 현장에서는 이날 물청소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형제가 살던 이층집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물줄기 사이로는 같이 물과 함께 휩쓸려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컵라면과 즉석밥 용기들이 물웅덩이에 잠겨있었습니다.
새까맣게 그을린 붉은 건물 외벽은 다급했던 화재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 '불길 번지자 형이 동생 감싸 안아'
A군 형제를 담당해 온 관계자는 이날 현장에 몰린 취재진을 향해 "불길이 번지자 큰아이는 곧바로 동생을 감싸 안았고 상반신에 큰 화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둘째는 형 덕분에 상반신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다리 부위에 1도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불이 난 이층집 바로 아래층에 사는 70대 집주인은 "A군 형제가 사는 집이 이웃 간 교류는 많지 않은 편이었다"며 "아이 엄마와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형제가 심부름하러 검은 봉지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종종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A군 형제가 참치 주먹밥을 2개씩 사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며 "홀에서 밥을 먹고 가면 좀 더 관심을 가졌을 텐데 늘 포장만 해가서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사고 당일 A군 형제는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기초생활수급 가정…보호자의 자녀 학대 의혹도
어머니와 함께 사는 A군 형제는 기초생활 수급 가정으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매달 수급비, 자활 근로비, 주거 지원비 등 160만 원가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마트 주인은 "가끔 엄마와 함께 온 형제들이 물건을 사려다가도 엄마가 내려놓으라고 다그치면 바로 제자리에 뒀을 정도로 군기가 든 모습이었다"며 "장을 본 비닐봉지도 아이들이 들길래 엄격한 집안인 줄 정도로만 알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변 이웃들은 입을 모아 A군 형제가 또래보다 왜소한 체격이었고 한눈에 봐도 마른 상태였다고 설명
한편 경찰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2018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A군 형제의 어머니 C씨가 아이들을 방치해놓는다"는 내용의 이웃 신고가 3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수사 결과 B씨가 A군 형제를 방임 학대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B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