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찰서장이 수사 중인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등의 이유로 받은 강등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도 패소했습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8부(김유진 이완희 김제욱 부장판사)는 53살 김경원 전 용산경찰서장이 "강등 처분을 취소하라"며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김 전 서장은 용산경찰서장(총경)으로 근무하면서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등의 이유로 2016년 12월 경정으로 한 계급 강등됐습니다.
그는 2016년 3∼4월 용산구의 한 재개발조합이 고소한 소송 사기 사건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라"고 지시하는 등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담당 경찰관이 지시와 달리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자 김 전 서장은 강하게 질책한 뒤 파출소로 전출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같은 해 4월에는 서장실에서 자신의 친형이 지켜보는 가운데 형이 고소한 사기 사건을 접수하라고 부하에게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밖에도 김 전 서장은 사건 당사자를 수사 담당 경찰관에게 소개한 행위, 부하인 여성 경찰관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행위, 회식 자리에 변호사를 불러 술값을 계산하게 한 행위 등이 적발됐습니다.
김 전 서장은 인사소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올바르게 수사하라고 지시했을 뿐 부당한 개입은 없었다"며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서장이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사건 관련 청탁을 받았다는 부분은 사실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도 부당한 수사 개입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여러 징계 사유 가운데 일부가 인정되지 않아도 다른 인정되는 사유만으로도 처분 타당성이 충분한 경우 처분을 유지해도 위법하지 않다"며 "강등 처분이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원고의 비위 행위는 국민의 형사 사법에 대한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고, 지금도 사법경찰의 수사 결과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수많은 사건 관계인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는 매우 노골적인 수사 개입이자 인사 보복"이라고 질타했습니다.
김 전 서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다시 살펴봐도 강등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본 1심 판단이 정
한편 김 전 서장은 재개발조합이 고소한 사건을 처리하면서 지시를 따르지 않은 부하에게 파출소 전보를 신청하라고 강요한 혐의(직권남용·강요)로 기소됐으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김 전 서장의 형사 사건은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