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라 고위험시설 운영이 중단되자, 광장과 놀이터 등에서 즐기는 야외 술자리가 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대상이 아닌 비수도권에서도 '실내만 아니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야외에서 술판을 벌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겁니다.
어제(10일) 제주시 건입동 탑동광장과 방파제 산책로에는 삼삼오오 사람이 모여들어 술판이 벌어지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대부분 음식을 먹느라 마스크를 대충 걸치는 일명 '턱스크'를 했고, 일부는 아예 마스크를 벗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산책로 곳곳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를 생활화하자'는 안내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인근 이호테우해변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모래사장과 방파제에 앉아 술판을 벌이는 게 어렵지 않게 목격됐습니다. 대부분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고 여럿이 모여 앉아 낚시하며 음주를 즐겼습니다.
가족과 함께 산책 나온 41살 여성 강 모 씨는 "광장 등에서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이 많아 보기에도 좋지 않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도 든다"며 "음주와 취식이 금지된 것으로 아는데 단속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강원도 춘천시 도심 공원에서도 돗자리를 깔고 술과 안줏거리를 나누는 시민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습니다.
동해안 해변과 강변 등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야외에서도 차를 주차해놓고 소규모로 모여 먹거리를 즐겼습니다.
평소 북적였던 번화가 음식점 실내보다 비교적 한산한 야외에 자리를 차지한 이용객이 늘어난 분위기였습니다.
춘천 퇴계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46살 장 모 씨는 "이전에는 거의 빈자리였는데 요즘 야외석을 찾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주말에는 공원에 갖고 가기 위해 포장주문을 하는 이용객이 많아 영업전력을 다시 짜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후 9시부터 주점 영업이 종료되는 수도권은 야외 술자리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24살 채 모 씨는 밤만 되면 집 근처 벤치에 앉아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에 따라 주점 영업이 일찍 끝나자,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를 사 들고 여러 개 벤치가 있는 이곳을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음식을 먹느라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거나 벗은 채 일행과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어서 채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동두천시 송내동에 사는 37살 임 모 씨도 지난 주말 한밤중 집 근처에 있는 평상 3개에 30여 명이 다닥다닥 모여 술판을 벌이는 것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임씨는 "좁은 평상에 청년부터 회사원까지 여러 사람이 모여 술자리를 즐겼다"며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아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무색한 모습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는 "야외에서도 다수가 모여 취식할 경우 서로에게 비말이 튀어 코로나19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심경원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