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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법원과 금감원에 따르면 과거 금융사건 피해자들이 금감원 등 감독기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한 관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반복됐지만 정작 이들이 법적 책임을 지는 일은 없었던 셈이다.
지난 2012년 파산 선고를 받은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을 감독한 금감원 직원들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으로부터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뒷돈을 받은 혐의와 지인 대출을 부탁한 혐의, 신용대출 규모가 수사기관 고발 기준을 초과한 것을 확인하고도 이를 묵인, 대출금액을 줄인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2007년 감사원은 금감원에 부실 저축은행 감독이 미진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은 공무원과 공무를 위탁받은 자가 고의나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 손해를 입혔다면 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2014년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사채 투자자들이 금감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금감원 직무 집행이 위법했던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투자자는 금감원이 검사를 통해 보호하고자 한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며 금감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금융기관이 금감원의 검사로 관리되고 있다는 신뢰는 금융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에 뒤따르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은 서울고법과 대법원을 거쳐 2015년 12월 확정됐다.
이후에도 유사한 판결이 이어졌다. 2012년 파산 선고를 받은 토마토저축은행 후순위사채 투자자들이 금감원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서울중앙지법원은 2015년 12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금감원 간부들이 뇌물을 받은 것과 감사원이 금감원에 토마토저축은행의 회계기준 위반 사실을 인식했는데도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사실 등은 인정됐다. 법원은 이러한 위법 직무집행이 투자자들의 손실과 인과관계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 역시 서울고법과 대법원을 거쳐 2017년 12월 확정됐다. 2013년 동양사태에서 이어진 소송 역시 결과는 같았다. 사건이 발생한 뒤 감사원은 금감원이 회사채 불완전판매에 따른 투자자 발생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검사 대상에서 제외해 투자자 피해가 확산됐다고 지적했으나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은 2015년 12월과 2016년 7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투자자들이 항소하지 않으며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러한 판결은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01년 대법원은 "공무원에게 직무상 의무를 부과한 법의 목적이 사회 구성원 개인의 이익과 안전이 아닌 공공일반의 이익이라면 공무원의 직무 위반과 이로 인해 제3자가 입은 손해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례에 따르면 금감원의 직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직무 위반과 투자자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 한 고위 법관은 "금감원이 배상을 한다면 결국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투자자들이 입은 피해를 일반 시민의 세금으로 보상해주는 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이 유지된다면 금감원 직원이 법을 어겨 일반 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사실상 법적 책임을 물을 수가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과거 동양사태 피해자를 대리한 김학성 법무법인 형평 변호사(52·사법연수원 33기)는 "법원의 판단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고의적인 금융사고, 사실상의 금융사기를 막을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판단이 있는 경우마저 금융기관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감독기관의 책임을 규
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43·36기) 역시 "금감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이 명확히 드러난 사건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의아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이 국가나 국가의 업무를 위탁받은 기관의 책임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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