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구급차를 들이받고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앞을 막아서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비난을 받는 택시기사가 3년 전에도 같은 수법을 저지른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또 다른 차량에 의해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해 크게 다치지 않았는데도 마치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타내 가로챈 전적이 다수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오늘(2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전 택시기사 31살 최모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최씨가 2011년부터 전세버스나 회사 택시, 사설 구급차 등의 운전 업무에 종사하면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 수차례 접촉사고를 빌미로 피해자들에게 합의금과 치료비 등을 받아내거나 받으려 했다고 적시했습니다.
검찰은 최씨가 2017년 7월 택시를 몰고 서울 용산구 이촌동 부근 강변북로를 달리던 중 한 사설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갓길로 주행하자 일부러 진로를 방해하다가, 택시를 추월하려고 앞으로 끼어들던 이 구급차를 고의로 들이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었습니다.
최씨는 당시 구급차 운전자에게 "응급환자도 없는데 사이렌 켜고 운행했으니 50만 원을 주지 않으면 민원을 넣겠다"는 취지로 협박하면서 보험사에 사고 접수도 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구급차 운전자가 협박에 응하지 않았고, 보험사에서도 과실 비율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최씨는 돈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검찰은 또 최씨가 2015년 2월 송파구 가락동의 한 도로에서 택시를 몰다 정차하던 중, 옆 차량의 뒷문이 열리며 바퀴 덮개 부분이 가볍게 찍히는 이른바 '문콕' 사고를 당하자 합의금과 치료비 명목으로 약 120만 원을 받았다고 적었습니다.
최씨는 당시 택시에서 파손 부위를 찾기 힘들 정도로 사고 충격이 경미했는데도 상해를 입은 것처럼 해 피해자 보험사가 사고를 접수하도록 하고, 6일간 통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이듬해 3월에는 용산구 서부이촌동에서 전세버스를 운전하다가 앞에 끼어들려는 승용차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습니다. 이후 9일간 통원 치료를 받으며 피해자에게 약 240만 원을 받아냈습니다.
최씨는 이런 식으로 2015년∼2019년 사이 총 6차례에 걸쳐 피해자와 보험사로부터 합의금과 치료비 등 총 2천여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습니다.
최씨의 범행은 지난 6월 8일 오후 3시쯤 강동구 고덕동에서 응급 환자가 탄 구급차와 사고를 내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최씨는 이때 회사 택시를 몰던 중 이 구급차가 택시 앞으로 천천히 끼어드는 것을 보고, 차를 그대로 전진해 구급차 왼쪽 뒷부분을 들이받았습니다. 이후 '(환자가) 죽으면 책임지겠다'며 구급차를 약 11분간 막아섰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습니다.
아울러 최씨가 마치 과실로 이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구급차 운전자가 보험사에 신고하도록 하고, 택시 회사에 차량 수리비 명목으로 72만 원을 내도록 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이 구급차는 79세의 폐암 4기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던 중이었습니다. 환자는 다른 119구급차로 옮겨져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처치를 받았지만, 그날 오후 9시쯤 숨졌습니다.
환자의 유족은 "당시 환자는 단 10분 정도 차이로 딱 하나 남아 있던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할 기회를 놓쳐 약 1시간 30분간 구급차에서 기다려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사건은 숨진 환자의 아들이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며 지난 7월 초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고,
검찰은 최씨에게 특수폭행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사기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14일 최씨를 구속기소 했습니다. 최씨에 대한 첫 재판은 모레(4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립니다.
경찰은 별개로 환자의 유족이 최씨를 살인과 특수폭행치사 등 9가지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중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