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배정 방식을 거주지 중심이 아닌 희망 학교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두고 서울시교육청이 의견수렴 절차에 나선 가운데 학부모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이 공주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실시한 '중학교 신입생 배정방법 개선을 위한 설문'이 오는 4일 마감된다. 설문은 서울 중학교 배정 방식을 기존의 '거주지 소속 학교군 내 전산추첨 방식'에서 '학교지원제'(선지원 후추첨 방식)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이다. 설문은 서울 전체 초3·초4·중1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만약 학교지원제도가 도입될 경우 서울 초등학생들은 현재 소속 학군이 아니더라도 희망하는 중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시교육청은 학교지원제도가 학교별 학생수 불균형에 융통성 있게 대응하고, 지역·학교 간 심화한 교육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은 1998년부터 거주지 소속 학교군 내 중학교를 전산 추첨하는 방식으로 중학교 신입생을 배정해오고 있다. 반면 서울 고교는 신입생의 20%가 서울 전역에서 지원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이 제안한 배정방법을 참고해 내년에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변경안이 채택될 경우 현 초3·4부터 영향을 받게 된다.
한편 설문을 받은 일부 학부모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교지원제도를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엔 일주일 사이 5176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학무모들은 기본적으로 근거리 중학교를 원할 수밖에 없다"며 "집앞 학교를 두고 30~50분 거리의 통학시간을 감내하라는 것 같아 분통이 터진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맘카페 등에서도 설문조사를 공유하며 배정 방식 변화에 우려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시교육청에 항의 전화도 쇄도하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만약 학교군 내에 인기 학교가 있으면, 신입생들이 몰릴 수 있고, 가까운 학교를 두고 먼 거리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명문 학군 지역은 선호 학교에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생겨 반발하고 있다.
또한 학교지원제 추진 과정에서 최근 중학교 배정 개편으로 학부모 반발에 부딪힌 대전과 같은 논란이 예상된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달 2022년 3월부터 학교별 정원의 70%는 희망을 받아 추첨으로 배정하고 나머지 30%는 주거지 중심 근거리 배정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집회를 열고 반대의견서 1만 5000장을 제출하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대전시교육청은 접수된 반대 의견을 바탕으로 예고된 개정안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이 2017년 중학교 배정 방식을 학교지원제로 변경을 추진했을 때도 시의회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서울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나와 있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서울만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동에 따라 학교가 갈리고, 1km 거리를 두고 학교 간 학생 수가 두세 배 차이가 난다"며 "학생의 학교 선택권 보장과
이어 "현재 연구용역 초기 단계로 중학교 배정제 인식 조사 및 의견 청취를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중"이라며 "소속 학군이 아니더라도 희망하는 중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은 결정된 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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