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제한한 2.5 단계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건 알겠지만, 자영업자만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번화가에서 포차형 횟집을 운영하는 A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는 "매일 출근길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음식점 영업만 막는다고 될 일이냐"며 "선술집의 회는 전형적인 2차용 안주라서 오후 9시 넘어서부터 사람들이 몰리는데, 이번 주 장사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뻔하다"고 했습니다.
어제(31일) 오후 7시쯤 기자가 인계동 일대에서 만난 상인들은 의욕을 잃은 듯했습니다.
곳곳에서 노란색 형광 조끼를 입고 코로나19 관련 단속을 벌이는 공무원들의 모습은 손님 발길이 끊기다시피 한 적막한 거리에 삼엄한 분위기까지 더했습니다.
한 행인은 가라앉은 상권 분위기에 "이렇게 조용할 줄은 몰랐다. 무섭기까지 하다"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평소 젊은 층 손님이 많다는 고깃집 사장은 "1차뿐만 아니라 2차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 오후 8∼10시가 가장 바쁜 시간대"라며 "일단 한 명이라도 더 받자는 생각에 가게 문을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회나 고기처럼 술과 곁들여 먹는 음식은 배달 주문도 크게 늘지 않는다"며 "주변 가게들은 상당수가 인건비도 안 나올 거 같으니 일주일간 그냥 문을 닫은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유흥주점 운영을 잠시 쉬고 있다는 한 남성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은 이해 가지만, 업종에 따라 형평성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우리에게 지금은 '잃어버린 시간'"라고 말했습니다.
도내 대표 상권 중 한 곳인 군포시 금정역 부근 '먹자골목' 상인들도 활력을 잃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 일대는 지하철 환승객들과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로, 상인 대부분이 저녁 장사로 생계를 잇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대에 기자가 둘러본 가게 안에는 많아봤자 손님 3∼4팀이 전부였습니다. 세 집 걸러 한 집은 장사를 포기했는지 아예 불이 꺼진 상태였습니다.
배달 없이 20년간 밤샘 영업을 해왔다는 삼겹살집 사장 A씨는 오후 9시 이후에 오는 손님 수가 적어 오히려 거리 두기가 수월하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9시 넘으면 같은 시간대에 두세팀밖에 없는데 영업시간을 일괄적으로 결정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며 "세금 감면 등 별다른 대안 없이 무조건 문을 닫으라는 건 결국 자영업자들만 피해 보는 꼴"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럴 바에야 더 강력한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해 코로나19를 확실히 잡는 게 낫다"며 "2.5단계가 끝날 시기가 돼도 확산세가 안 꺾인다면 자영업자들이 짐을 또 지고 가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습니다.
15년 동안 골목을 지켰다는 맥줏집 사장은 "힘들더라도 이번 주까지는 일단 정부 방침에 동참하며 견뎌야 할 것 같다"며 "우리같이 매출 액수가 애매한 곳은 소상공인 자격도 안 돼서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데,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편의점 업계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겠다며 심야 취식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전날 오후 9시가 넘자 불이 꺼진 대부분 음식점과는 달리 일부 편의점의 야외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판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광교 호수공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책에 나섰다가 이 모습을 본 한 주민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당분간만 거리 두기를 해달라는 건데, 영업종료 제한이 없는 편의점이니
코로나19 확산세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그제(30일)를 기해 시행되면서 수도권 음식점과 제과점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포장과 배달만 할 수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