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상태가 위중하거나 중증 이상인 환자도 하루 새 20여 명 넘게 늘어 1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광주를 비롯한 대전, 강원, 전북, 전남 등 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바로 쓸 수 있는 중환자 병상이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방역 대응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오늘(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위중·중증 환자는 25명 늘어 104명이 됐습니다.
'위중' 환자는 기계 호흡을 하거나 인공 심폐 장치인 에크모(ECMO)를 쓰는 환자를 뜻합니다. '중증'은 스스로 호흡은 할 수 있지만 폐렴 등의 증상으로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산소치료를 받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런 위중·중증 환자도 덩달아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18일만 하더라도 국내 위중·중증 확진자는 9명으로 한 자릿수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인 19일부터 12명→12명→18명→24명→29명→31명→37명→42명→46명→58명→64명→70명→79명→104명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불과 2주 만에 11.6배 수준으로 치솟은 것입니다.
최근 60대 이상 고령 확진자가 많아진 점이 위중·중증 환자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전날만 하더라도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248명 가운데 37.1%가 60대 이상이었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신규 환자 3명 가운데 1명 이상은 60대 이상인 셈입니다.
무엇보다 고령층은 평소 앓고 있는 지병(기저질환)이 있을 수 있고, 일단 감염되면 자칫 상태가 악화할 수 있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치명률만 하더라도 국내 평균치는 1%대이지만 80대 이상에서는 20%를 웃돕니다.
위중·중증 환자 증가세는 전문가들이 내놓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최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의 분석을 언급하며 "매일 30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한다고 가정할 경우 모레(9월 3일)까지 중환자가 최대 130명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위중·중증환자가 벌써 104명인 만큼 앞으로 이틀간 하루 13명씩만 늘어도 예상치에 달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을 치료할 병상, 인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제(30일) 기준으로 방역당국이 중환자 치료를 위해 확보한 병상은 총 517개인데 이 중 55개(10.6%)만 여유가 있습니다. 그마저 인력, 장비 등 의료자원을 모두 갖춰 즉시 입원 가능한 병상은 39개에 불과합니다.
수도권 내 중환자 치료 병상은 193개 가운데 16개(8.3%)만 비어있습니다. 당장 입원할 수 있는 가용 병상을 놓고 보면 서울 5개, 인천 2개, 경기 3개 등 수도권 지역을 다 합쳐도 10개뿐입니다.
더욱이 광주, 대전, 강원, 전북, 전남에서는 즉시 가용한 중환자 병상이 '0'개 즉, 바닥난 상태입니다. 다른 지역 역시 즉시 가용한 병상이 한 자릿수에 그쳐 중환자 치료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릅니다.
정부는 이달 중순까지 중환자 치료 병상 40개를 추가로 확충하는 한편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중증환자의 급속한 증가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 명이라도 더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중증환자 병상 확보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