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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합뉴스] |
31일 서울대와 업계에 따르면 구글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이 모 박사(36)는 올 2학기부터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로 임용될 예정이었지만, 서울대 인사규정에 교수·기업 겸직 근거가 없어 임용이 철회됐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이 박사는 조지아텍에서 컴퓨터공학으로 석박사 과정을 마쳤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등 업계 경험을 갖춘 AI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유튜브의 동영상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측은 '글로벌 AI인재 영입 1호' 프로젝트로 이 박사 영입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학내 규정상 임용을 보류할 수 있는 건 최대 2학기 동안 가능한데, 이 박사의 경우 작년 2학기와 올 1학기에 임용이 연기됐기 때문에 9월 1일이 정식임용 마감시한이었다"며 "겸직을 허용한다는 예외규정이 없어 이 박사의 이번 교수 임용은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학계 일각에선 채용 진행과정에서 이 박사에게 구글 퇴직서 제출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AI 국가전략'을 발표하면서 AI 학과에 한해 교수 겸직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대는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겸직을 허용하는 인사 예외규정을 만들지 않고 있다가 어렵게 모신 글로벌 인재를 놓친 것이다. 이 박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간 최대 6억원을 지원하는 '해외고급과학자 초빙사업(브레인풀 플러스)'에도 선정된 우수 과학인재여서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는 "상위법인 지능정보화기본법 시행일이 오는 12월 10일이고, 이에 맞춰 교원겸직 예외규정을 연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원겸직 예외규정 마련 필요성은 지난해부터 논의가 됐는데 상위 법령 등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 속도를 맞추려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서울대 관계자는 "재임용을 타진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AI 대학원을 운영중인 카이스트는 해외인재 유치를 위한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지난 6월 과기정통부에서 교원 겸직이나 휴직이 가능한 지능정보화기본법 개정안을 접수받았다"며 "KAIST는 이미 원규에 교원 겸직 규정이 마련돼 있어 새로운 제도를 추가 반영하지 않고도 외부인의 교원 겸직이 가능하도록 임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능정보화기본법은 지난 5월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오는 12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AI기술 분야의 민간 전문가를 교수 요원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대학교원·연구원 등의 휴직이나 겸임·겸직을 허용하는 특례를 담고 있다. 그간 학계와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AI 전문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서울대처럼 관련 법 시행 전이라며 여전히 겸직을 불허하고 있다는 점이다. 꽉 막힌 대학행정이 인재유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AI대학원 관계자는 "이 분야 인재가 워낙 부족하다보니 지난해 출범한 AI대학원들이 좋은 교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면서 "겸직 허용 예외규정이 없다는 것은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교수로 오라는 소리인데, 누가 10분의 1 수준의 연봉을 받으면서 대학 교수로 오려고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국내 유수의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미 대학 교수 출신의 한 임원도 겸직 허용이 안돼 서울대 행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올 상반기 브레인풀 플러스 사업 지원대상으로 5명의 글로벌 인재를 선정했다. 이 모 박사를 뺀 다른 네 명의 교수(서울대 1명, 카이스트 3명)는 지난 7월 1일부터 정식교원이 되어 정부 지원(연간 최대 6억원, 최장 10년)을 받게 됐다.
[신찬옥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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