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휴진이 장기화하며 의사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파업병원 보이콧 사이트'가 등장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보이콧 찬성'파와 '보이콧 반대'파로 나뉘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보이콧 하스피털' 사이트와 SNS 계정은 의료계 2차 총파업 첫날이었던 지난 26일 등장했다. 이후 누리꾼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아 지난 30일까지 약 300여 개의 게시글이 등록되는가 하면, 이용자가 급증해 사이트 개선 작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사이트의 로고는 지난해 일본 상품 불매운동 홍보에 쓰였던 'NO(노) 재팬' 사진을 본떠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당시 표어를 활용한 "파업병원 '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도 로고 오른쪽 아래에 삽입됐다.
사이트 운영자는 "절박한 환자들을 볼모로 진료 거부하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의사들은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며 "그래서 홈페이지를 만들어 파업하는 병원 리스트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려고 한다"고 개설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파업에 찬성하는 분들의 의견도 작성할 수 있게 돼 있다. 파업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운영자의 말대로 해당 사이트에는 '파업 병원 리스트', '파업 반대' 뿐만 아니라 '파업 찬성' 카테고리도 존재한다. '파업 병원 리스트' 게시판에서는 보이콧에 동참하는 시민들이 각자 거주하는 지역의 동네 병원 중 파업에 동참한 곳의 상호를 밝힌다. 누리꾼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파업 반대'와 '파업 찬성' 게시판에는 "국민 생명을 담보로 진료 거부라는 위법 행위를 하는 의사들의 병원은 갈 생각 없다. 불매운동에 적극 동참하겠다"(byeo****),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칼만 안 들었지 죽일 듯이 달려드는 이런 행태는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 이건 폭력"이라고 주장하는 글(jong****) 등이 올라와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보이콧 하스피털' 사이트를 향한 관심은 뜨겁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박 모 씨는 "지역 맘카페에서 어느 동네 병원이 파업에 동참했는지 알음알음 정보를 얻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런 사이트가 생기니 편하다"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모두가 힘든 이 시기에 파업하는 의사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대생 아들을 뒀다는 50대 남성 황 모 씨는 "그야말로 '이 시국'에 의사들이 왜 다들 들고일어났는지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보이콧 하스피털) 사이트는 의사들을 완전히 죄인 취급해 낙인찍는 게 아니냐. 지나치게 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서 지난 30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무기한 집단휴진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정부는 "환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불의한 행동"이라며 의사들에게 진료 현장으로의 즉시 복귀를 요청한 바 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역시 내달 7일부터 3차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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