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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호태풍 `마이삭` 예상경로. [자료출처 = 기상청] |
◇'바비' 상륙지점은 정확히 예측했지만
지난 장마기간 동안 정확한 강수량과 강수지점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기상청은 바비의 경로는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 바비가 서해상을 지날 것이란 이동 경로 예보는 대부분 국가에서 비슷했지만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등은 바비가 27일 서쪽으로 이동해 중국 내륙에 상륙하겠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바비는 당초 기상청 예측대로 황해도 옹진반도에 상륙했다.
바비의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60m에 달해 2003년 역대급 피해를 남긴 태풍 '매미'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바비의 일 최대 풍속은 흑산도에서 초속 36.4m로 역대 8위, 순간 최대 풍속은 흑산도에서 초속 47.7m로 10위를 기록했다.
강풍 피해가 제주도와 서해안 도서지역에 집중되면서 '역대급'이라는 예보와 달리 서울 등 수도권에선 태풍을 체감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과 같은 재난 예보의 경우 수도권에서 피해가 없더라도 제주도나 도서지역 등에서 인명피해까지 날 수 있기 때문에 강하게 예보하고 있다"며 "바비는 밤 사이 수도권을 지나가 체감상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섬 지역에서는 최대 순간 풍속에 50m에 가까운 강풍이 분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루사나 매미 등 큰 태풍이 왔을 당시에도 남부지방에서 야외활동을 하거나 건물 지하에 있다가 강풍·침수 등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컸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선 피해가 없더라도 피해가 심한 지역 위주로 예보한다"고 덧붙였다.
◇사라, 셀마, 루사, 매미와는 달랐다
비슷한 강도의 태풍이어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태풍의 강도 이상의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태풍에 대비할만한 방재시스템이 갖춰지기 이전인 과거에는 바비와 유사한 정도의 바람에도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대 풍속 초속 35.5m를 기록했던 1959년 태풍 '사라'는 남해안을 스쳐 지나며 849명의 사망자와 2533명의 부상자 등 사상 최악의 인명피해를 낳았다. 6·25 전쟁 직후던 당시 사회적 기반시설이 부족했고 태풍 예보시스템도 미비해 강풍 대비가 어려웠단 분석이다.
1972년에도 태풍 '베티'가 서울과 중부지역을 강타하며 전국적으로 550명의 사상자를 냈고, 1987년 태풍 '셀마'로 345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특히 셀마는 우리나라를 관통했지만 당시 기상청은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하지 않고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예상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일은 기상청의 흑역사로 기억되고 있다.
태풍 피해는 2000년대 들어서도 이어졌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각각 246명·131명에 달하는 사망·실종자가 발생했고 수조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났다. 기상청은 태풍 대비 체계를 갖추기 위해 지난 2008년 국가태풍센터를 설립하고 태풍 발생 시 6시간마다, 비상구역 진입시 3시간마다 예상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 태풍의 전 단계인 열대저압부(fTD)가 발생하는 시점부터 태풍으로 발달해 소멸할 때까지의 강도와 진행 경로 등을 예측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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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호태풍 `바비`의 상륙지점 예측은 한국 기상청이 가장 정확했다. [자료출처 = 기상청] |
전문가들은 태풍 예보의 정확성을 높인다면 피해를 막을뿐만 아니라 태풍의 순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태풍은 여름철 뜨겁게 달구어진 바다표면을 식히고 해수에 산소량을 공급해 물고기 어장을 형성하기도 한다. 최근 바비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섞이며 제주도 바다에 수산생물 폐사 피해 등을 입힌 고수온, 저염분수 문제가 사라졌단 분석도 나온다.
고형범 제주도 해양수산자원과장은 "이번 태풍으로 인해 8월 말 제주 해역에 유입될 것으로 예측됐던 고수온·저염분수가 소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예측모델상으로도 고수온·저염분수가 사라져 제주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태풍이 더 자주 나타나고 파괴력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정확한 예보와 대비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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