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 전 일회용 주사기를 소독해 재사용한 행위는 의사면허 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관련 법 조문을 신설한 다음에야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 재사용 금지 의무가 생긴 만큼, 그전에는 의사윤리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상도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2016년 2월 이전에 일부 환자를 시술하며 일회용 금속성 주사기(천차 침)를 멸균 소독해 재사용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 행위가 의료법 시행령상 비도덕적 진료라는 이유로 2018년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했습니다.
이에 A씨는 "당시 의료법상으로는 그런 처분을 내릴 만한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행정1부(오천석 부장판사)는 "일회용으로 허가를 내준 주사기를 한 번만 사용하는 건 의료인에게 마땅히 기대되는 행위"라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대전고법 행정2부(신동헌 부장판사)는 최근 180도 달리 판단하며 1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일회용 주사 재사용 금지는 A씨 시술 행위 이후인 2016년 5월 29일 의료법 개정에 따라 비로소 명문화됐다는 게 이유입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법령을 기준으로 할 때 의료기기에 일회용이라는 표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A씨가) 재사용 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재사용에 대해 방임형이었던 정부 태도나 국내 의료 환경을 종합할 때 의료기기에 일회용 표시가 있더라도 재처리나 재사용 여부는 전적으로 의료인 책임이었다"고 판시했습니다.
합리적으로 재처리하지 않은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해 시술 실패 위험을 높이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회 통념상 의료인으로서의 도덕성을 어겼다고 볼 수 없다 뜻입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천차 침을 멸균 소독해 재사용해도 감염 위험이 커진다고 할 수 없는 만큼 (멸균 재사용은) 의사 직업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는 아니다"라며 "의료법 개정 전 관행에 따라 적절한 멸균 소독을 거쳐 몇 차례 재사용한 원고의 의사면허를 정지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건
수도권 한 41살 외과 전문의는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의사에게 고도의 의무가 요구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플라스틱 소재보다 금속 천차 침 시술 효과가 더 높다는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적절하게 소독해 재사용한 행위에 대해 옛 의료법으로 처벌하긴 어렵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