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을 빌려 조목조목 비판한 국민청원 '시무7조 상소문'이 오늘(27일) 오후 공개로 전환됐습니다. 앞서 해당 글을 노출되지 않도록 처리했다는 의혹이 일자 청와대 측은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며 해명했습니다.
현재 청원 동의 인원은 이날 오후 4시35분 현재 9만6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지난 12일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時務)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글은 100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얻은 이후로도 이날 오전까지 청원 게시판에 공개처리가 돼 있지 않아 검색으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게시물을 보려면 연결주소(URL)를 직접 입력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고 의심했습니다.
청와대는 △중복 게시 △욕설·비속어 사용 △개인정보, 허위사실, 타인 명예훼손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 홈페이지에서 공개하고 있는 국민청원을 숨기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비공개 처리에 대해 "일부 언론 보도처럼 청와대가 청원을 숨겼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상 절차에 따라 글의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청원들도 마찬가지로 공개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거친 표현 등이 많이 담긴 민감한 글일 경우 검토시간이 더 걸릴 수 있으나, 일부러 글을 숨겼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와대가 이날 청원을 공개로 전환하면서 다음달 26일까지 동의 인원이 20만 명을 넘으면 청와대는 공식 답변을 내놔야 합니다.
이 글은 본인을 '조은산'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다. 시무7조에는 △1조 세금을 감하시옵소서 2조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3조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4조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 △5조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6조 헌법의 가치를 지키시옵소서 △7조 스스로 먼저 일신(一新)하시옵소서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글쓴이는 문 대통령을 향해 "폐하 스스로 먼저 일신하시옵소서"라며 "폐하의 적은 백성이 아닌 나라를 해치는 이념의 잔재와 백성을 탐하는 과거의 유령이며 또한 복수에 눈이 멀고 간신에게 혼을 빼앗겨 적군와 아군을 구분 못하는 폐하 그 자신
글쓴이는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끝내겠다는 폐하의 취임사를 소인은 우러러 기억하며 폐하께서 말씀하신 촛불의 힘은 무궁하고 무결하여 그 끝을 알 수 없사옵니다"라면서 "부디 일신하시어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비로소 끝내주시옵고 백성의 일기 안에 상생하시며 역사의 기록 안에 영생하시옵소서"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