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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사진 제공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
이 같은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요즘 젊은 세대'를 상상해 볼 법하지만 '요즘 시니어'가 사는 모습이다. 나이 75세를 바라보는 박막례 할머니는 100만명 이상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로 활약하고 있다. 이순재, 신구, 백일섭, 박근형과 같은 백발의 배우들은 '꽃보다 할배'를 통해 관광버스 여행이나 즐길법한 황혼의 노년에 도전을 통해 여행의 묘미를 심어 주고 여행 붐을 주도했다. 현대차는 '제2의 청춘카'라는 신형 아반떼 광고에서 '시니어 문화생활 20대 추월'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시니어가 '소비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인간극장에서 시니어 모델로 소개된 전직 족발집 사장 김칠두(66) 씨는 노년미를 폭발하며 젊은 모델 못지 않은 활동으로 인생 2막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시니어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인생을 당당하게 즐길 줄 아는 계층으로 떠오르면서다. 어느 연령층 보다 강한 구매력을 행사하면서 소비 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들은 '욜드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욜드(YOLD, young old)는 베이비 부머 세대(65~79세)의 건강하고 부유한 젊은 노인층으로, 욜드세대는 1946~1964년 태어난 베이비 부머가 주도하는 젊은 노인층을 가리킨다. 이 세대는 건강하고 부유하며 은퇴 후에도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025년 1000만 노인시대를 앞두고 욜드세대가 주도하는 이상적인 경제부활 '욜디락스(Yoldilocks)'가 고령친화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지원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민간부문에서 고형친화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도록 교류의 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양로시설에 대한 비대면 돌봄 사업이 그 하나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중심에 서있는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을 25일 충북 오송 본원에서 만나 우리나라 고령친화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권 원장은 "고령친화산업에서 욜드세대가 부상하고 있고 핵심은 '청로경제(靑老經濟)'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인구구조가 역삼각형의 형태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건강한 고령자는 부양의 대상이 아닌 국가경제에 있어 새로운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 원장과 일문일답.
-우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소개하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1999년에 설립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 보건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해 왔다. 보건산업 정책기획 지원은 물론 4000억원이 넘는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예산이 투입되는 연구개발과 사업화, 수출에 이르는 보건산업 전주기 지원 기능을 갖춘 국내 유일의 전문기관이다. 보건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 삼성바이오에피스 등과 같은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 또 의료기기, 화장품 수출 확대는 물론 K-방역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외국인환자 유치와 병원 해외진출을 지원,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불과 10년 만에 50만명의 외국인환자(실환자)가 한국의료를 찾는 성과 창출에 기여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다. 고령친화산업 육성 측면에서 고민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고령자다. 23일 0시 기준으로 60세 이상 확진자가 전체의 25%에 달하고 사망자는 309명 중 287명으로 92.9%에 달한다. 고령자의 외부활동이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령자의 비대면 돌봄이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독거노인에 대한 응급안전안심서비스가 강화되고 있고 올해 3차 추경을 통해 양로시설과 장애인시설을 대상으로 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비대면 돌봄 시범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비대면 돌봄 시범사업 규모는 얼마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올해 양로시설과 장애인시설 대한 비대면 돌봄 시범사업을 위탁받아 추진하게 됐다. 관련 예산은 23억5000만원 규모로 올해 총 100개소(양로시설+장애인시설)에 대한 시범사업을 장애인개발원과 함께 수행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계기관들과 함께 효과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으로 비대면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 향후 본사업으로 확대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고령자의 안전과 돌봄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곧 1000만 노인 시대다. 고령친화산업 기업 발굴 현황은
"산업은 시장의 수요를 바탕으로 기술이 촉매제로 작용해야 성장할 수 있다. 시장의 수요가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을 담보해야 수익을 얻으려는 기업 참여가 늘어나고 경쟁을 통해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노후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2018년 기준 45.7%로 OECD 국가(평균 12.9%) 중 1위다. 여전히 대부분의 노인들은 본인의 재산을 아껴 자녀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많이 갖고 있다. 그동안 고령친화 분야의 핵심적인 기업이 발굴되지 못하고 욜드세대를 만족시킬 혁신적인 제품도 찾아보기 어려운 단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향후 고령친화산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앞으로는 고령자가 소비주체가 되는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정부 발표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많이 언급된 바와 같이 올해부터 베이비 부머 세대의 고령층 진입으로 약 10년 후에는 고령자 수가 현재의 2배 이상이 된다. 이에 더해 욜드세대는 기존 고령자들에 비해 건강과 지식수준이 높고 자신을 위한 투자와 소비를 아끼지 않는 특성이 강한 만큼 이런 수요를 기반으로 고령친화 분야의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현재 고령친화 신산업 창출 전략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올 초 경제활력 회복과 중단 없는 인구정책 추진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제2기 인구정책TF'가 만들어 졌다. 유관부처들이 함께 참여하는 총 7개의 작업반 중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를 통해 '고령산업반' 간사 기관으로 참여해 범정부 차원의 '고령친화 신산업 창출 전략' 수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번주에 기획재정부에서 7개 작업반의 내용을 종합해 '제2기 인구정책TF' 운영 성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를 도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참여한 고령산업반 운영 성과에는 보건복지부가 2021년 정부안으로 신규 예산을 확보한 1000만 노인시대 대비 고령친화서비스 연구개발(30만9500억원), 혁신형 고령친화 기업 육성(6억원) 등 지원 사업들이 포함돼 있다. 또 유관부처들과 함께 검토한 고령자 대상의 의료와 돌봄, 자립, 주거, 식품 분야의 산업 육성 방안이 담겨 있다."
-고령친화산업 발전에 욜드세대의 경제력이 중요한 것 같다
"노후에 대한 준비 없이 고령자가 된 욜드세대의 경제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때문에 노후 준비에 대한 사전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노후에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가를 명확히 해야 이에 맞춰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어떻게 구현해 나갈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노후준비지원법을 2015년에 제정하고 시행하면서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체계적인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재무, 건강, 여가, 대인관계 영역에 대한 진단, 상담, 교육, 관계기관 연계, 사후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들의 경제력은 어떤 방향으로 유도해야 하나
"앞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언급한 것처럼 고령자의 경제력을 키우는 것은 향후 인구구조 변화를 생각할 때 국가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다. 앞으로는 고령자가 부양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주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자가 경제력을 갖기 위해서는 고령자가 돼서도 산업현장에서 가치있게 쓰일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성에는 전문적인 지식, 기술과 네트워크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세대간 일자리 갈등을 고려할 때 고령자가 청년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거나 청년들의 성장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영역에서 노후의 경제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시니어(노인)에 대한 인식이 제각각이다. 나름 정의를 내린다면
UN이 1956년도에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지칭한 이후 2015년에 새로운 연령기준을 제안했다.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 등을 고려해 생애주기를 5단계로 나누고 이 중 66~79세를 '중년', 80~99세를 '노년', 100세 이후를 '장수노인'으로 구분했다. 인류가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앞서 말한 분류는 다소 시기상조라고도 여겨지지만 건강한 노인에게는 주관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분류라고도 여겨진다. 참고로 보건복지부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은 노인의 기준을 평균 71.7세라고 답했고, 75세 이상이 노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33% 수준이다. 건강 관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건강에 대한 개인의 관심과 투자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UN의 분류체계가 보편화할 수 있는 시기가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관측된다."
-노인인구 증가 외에 우리나라가 왜 '욜드'에 주목해야 하나
"올해부터 베이비 부머 세대(1955~63년생, 712만명)의 고령층 진입이 시작됨에 따라 교육수준이 높고 많은 자산을 바탕으로 높은 소비 수준을 보유한 욜드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고령친화 제품과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자동차, 반도체를 넘어 산업 비중이 가장 높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욜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고령화의 가속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 고령친화산업이 미래의 중요한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국내 고령자의 건강 증진과 복지 향상을 위해 잘 만들어진 제품, 서비스, 시스템 등이 이를 필요로 하는 국가에 수출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확신한다. 더불어 욜드의 핵심은 '청로경제(靑老經濟)'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인구구조가 역삼각형의 형태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건강한 고령자는 부양의 대상이 아닌 국가경제에 있어 새로운 생산과 소비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로 갈등도 있다. 욜드세대의 역할은
"열정이 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청년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욜드세대는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청년들과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투자와 소비활동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향후 욜드세대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신기술이 고령친화산업에 가져올 변화는
"정보통신기술, AI, IoT 기술 등의 발전으로 우리는 이미 플랫폼 경제시대를 맞이했다. 향후 고령자의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므로 고령친화산업도 플랫폼 기반으로 혁신과 발전을 거듭할 전망이다. 플랫폼 내에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이 참여해 고령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고령자의 취향에 맞는 음식의 주문, 배달과 이동을 위한 차량 예약, 배차, 요금정산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다. AI 스피커와 다양한 센서, 단말기를 통한 정보 제공과 응급상황 대응이 가능케 됐고 앞으로는 생활 데이터 수집으로 발생 가능한 상황 예측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플랫폼 시스템이 고도화되고 다양한 분야의 참여 기업이 늘어날수록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고령자의 자립생활을 강화하고 풍요롭게 할 것이다."
▶▶He is…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은 1961년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라고등학교,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독일슈파이어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행정고시 31회로 보건복지부에서 기획예산담당관, 재정기획관, 보육정책관, 복지정책관, 보건의료정책실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문재인정부 출범 때 보건복지부 차관
[충북·오송 =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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