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영어강사로 일하던 A씨는 한 어학원 원장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 학원 원장이 A씨에게 미니 스커트, 킬힐, 커피색 스타킹을 입으라고 강조하고 강의 중 엉덩이만 걸칠 수 있는 '바(Bar) 의자'에 앉아 다리 모양을 잡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 조사 결과 A씨의 전임자 역시 원장으로부터 "그런 모습을 보면 남학생들 점수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직무 수행과 관련 없이 과한 노출을 강요한 것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일 인권위는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시정 권고한 성희롱 사례 34건을 모은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제9집'을 공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대학 비정년 계약직 교수인 진정인은 같은 대학 부교수로부터 신체 접촉 등 성희롱을 당했다. 진정인은 이를 대학에 신고했지만 오히려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는 불이익을 겪었다.
지방직 공무원인 또다른 진정인은 동료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후 직장 내에서 "서로 좋아하는 관계였는데 이제 와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진정인의 남편이 성기능 장애가 있어서 진정인이 바람이 났다"는 등 2차 가해에 시달렸다.
그 외에도 직장 상사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지속해서 성적 농담을 한 사례, 남성 상사가 남성 직원에게 "동성 간 성관계를 하느냐"는 발언을 한 사례 등이 사례집에 포함됐다.
인권위는 "최근 성희롱 진정사건들은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성희롱의 규제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인격권 뿐만 아니라 노동권 및 생존권 보장에 있음을 감안해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하여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성희롱 진정 사건은 2005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으며 연간 200건을 넘기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성희롱 진정은 303건으로 역대 최다였다.
인권위는 2001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총 2803건의 성희롱 사건을 접수했고, 243건에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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