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최근 한국 법무부를 상대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등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가 보유한 비공개 수사 문서들을 요구했지만 '투자자-국가분쟁(ISD)' 판정부가 이를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엘리엇은 한국 정부와 7억7000만달러(약 8700억원) 규모의 ISD를 진행 중에 있고 한국 검찰의 이 부회장 수사 자료를 ISD에 활용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 피의사실공표 등 기각 사유가 사라지기 때문에 다시 수사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일 상설중재법원 홈페이지에 게재된 '엘리엇-한국 ISD' 절차명령 14호에 따르면, 지난 6월 12일 엘리엇은 한국 법무부에 "한국 검찰이 이 부회장의 주가조작 등 혐의 수사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비공개 문서 7건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요청한 문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 삼성미래전략실이 만든 'M사 합병추진안'과 '삼성 바이오로직스 상장계획 공표방안', 삼성바이오에피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검찰 진술서 등이다. 또 국정농단 특검이 '이재용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해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며 대법원에 제출한 '재항고이유서'도 포함됐다.
엘리엇은 이 문서들이 ISD 주요 쟁점과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서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에 대한 주가조작의 근거이기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 과정에서 입은 손실을 수치화할 근거가 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인 후 합병했다고 의심한다. 2018년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국민연금을 압박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해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가지고 있던 자신들이 손해를 입었다"며 한국에 ISD를 제기했다.
앞서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가 엘리엇이 ISD를 제기한 논리와 같다는 지적이 있었다. 엘리엇이 검찰 수사를 ISD에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 6월 26일 열린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이 부회장 변호인들은 "검찰의 논리는 엘리엇의 ISD 제기 논리와 같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ISD 판정부는 지난 6월 24일 엘리엇의 요청을 기각했다. 한국 법무부가 수사 자료 제출하는 것이 피의사실공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ISD 판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ISD 판정부는 "문서들이 중재와 중요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관련 재판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중재업계에선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 엘리엇이 다시 이 문서들을 요청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기소 후 공개 재판이 진행되면 피의사실공표 등 국내법상 제출을 막을만한 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 국제중재전문 변호사는 "판정부가 기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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