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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홍대입구역에 설치된 무인 중고 거래 자판기. [사진 = 김지원 인턴기자] |
지난 6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역 공항철도 개찰구 앞을 지나던 시민들이 하나둘씩 발걸음을 멈췄다. 시민들은 '무인 중고 거래 자판기'앞으로 모여 들었다. 투명한 유리 박스 안에는 신발부터 화장품까지 다양한 중고 물품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떠오르는 가운데, 이제 중고 거래도 비대면이 대세가 됐다.
◆ 중고 물품, 직접 보고 산다
"가격 괜찮은데? 잠깐만, 나 이것 좀 살게."
친구와 함께 길을 가던 한 여성이 자판기 앞에 멈춰 섰다. 이 여성은 물건의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다가 기기에 등록된 상세 사진을 여러 장 살폈다. 함께 적혀 있는 상세 설명도 자세히 읽었다. 그는 이내 물건 상태가 좋은 것 같다며 망설임 없이 카드를 꽂았다.
자판기에서 아기 옷을 산 이 모씨(22)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아기 옷이 전시된 걸 보고 조카가 생각나서 샀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도 합리적이고, 무엇보다도 판매자가 보낸 사진이 실물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바로 살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
자판기를 구경하던 김성재 씨(23)는 "중고 거래를 할 때는 누가 나올지 몰라 두려웠던 경험이 있다. 또, 상대방이 안 나올 수도 있어 헛걸음할 우려도 있었다"며 "특히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다음에 또 지나갈 때 마음에 드는 물건이 눈에 들어온다면 사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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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이 들어 있는 칸 번호를 누르면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김지원 인턴기자] |
이 서비스는 연세대 창업동아리에서 비대면 중고 거래에 대한 부담을 덜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중고 거래의 경우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없어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직거래를 한다면 어떤 사람이 나올지 몰라 걱정이고, 이동 거리 등도 부담이 된다. 아울러 택배를 통해 비대면 거래를 할 경우 혹여 사기를 당하거나 사진으로 봤던 것과 달리 상태가 좋지 않은 상품이 올까 걱정하곤 한다. 이 자판기는 이러한 중고 거래의 단점을 보완한다.
여준수 운영담당자는 대표 김길준 씨의 친구가 중고 거래때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이러한 아이템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여 담당자는 "대표의 친구가 중고 거래를 통해 게임기를 구입한 적이 있다. 게임기와 게임팩을 함께 파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물건을 사기 위해 이쪽저쪽 이동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가보는 동네라 낯설기도 했고, 그분이 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누가 나올지 몰라 불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누구나 부담 없이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설명했다.
결제는 구매자가 카드 결제를 하면 업체 측에서 3일 정도 후에 판매자가 입력한 계좌로 금액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값을 지불하면 전시장에서 해당 물건이 들어 있는 칸의 문만 열린다. 돈을 내면 바로 물건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택배 중고 거래처럼 값을 지불하고도 물건을 받지 못할까 발을 동동 구를 일이 없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고 거래는 신뢰 확보 문제가 핵심이다. 결제 문제가 해결될 경우 더욱 원활한 거래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 "누가 쓰던 거면 어때서?"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이라는 점에서 중고품이 인기를 얻지 못하던 때도 있었으나, 앱스토어 인기 쇼핑 앱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고 시장이 주목받게 됐다.
이처럼 중고시장이 확장된 데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다. 서 교수는 "코로나19로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며 중고품이 인기를 얻게 됐다. 경기가 어려울 때 중고품이 인기를 얻는 것은 대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중고품에 거리낌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서 교수는 "젊은 세대는 물품을 소유하지 않고 대여해서 사용하는 공유경제에 익숙해 중고품도 거부감 없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고소득인 배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과시적 소비 경향이 줄고
마지막으로 서 교수는 "당근마켓이 쿠팡 다음으로 많은 모바일 유저를 보유하는 등 인기 반열에 올랐다. 비대면이 메인이 된 시대에 비대면 중고 거래 서비스는 하나의 산업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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