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도로 이뤄진 수사권개혁 관련 하위법령안이 입법예고되자 경찰이 공개적으로 강력히 반발했다. 검찰개혁을 목적으로 한 수사권 개혁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게 경찰의 주장이다.
7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법무부가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대통령령 제정안을 발표하자 즉각 "큰 우려를 표한다"며 현재의 안에 불만을 표시했다.
◆ 70년만에 내집 마련? 알고보니 아직도 월세 임차인
경찰이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은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을 관계기관 공동주관이 아닌 법무부 단독주관으로 지정했다는 점이다. 조문에 대한 유권해석과 향후 대통령령 개정을 법무부가 독자적으로 가능하게 해 '상호 협력' '견제와 균형' 등 원리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들 사이에서 70년만에 내집을 마련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월세 임차인이었다는 표현이 나오는게 이 부분"이라며 "법무부 단독 주관때는 향후 대통령령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일방 기관의 독주로 인한 정부 내 갈등이 야기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갈등이 생겼을 때 법무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따르라고 하고 안따르면 직무유기로 입건도 가능해진다"며 "법의 취지가 좋다 하더라도 향후 법무부 장관이 어떤 분이 오시느냐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 가능해지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수사할 수 있게 만든 6대범죄의 범위와 관련해 향후 법무부 장관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찰은 특히 수사와 관련된 준칙을 정하는 대통령령인만큼 오히려 경찰이 소속된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지정하는게 맞는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인만큼 경찰이 단독주관이 돼야 타당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협의과정에서 꾸준히 해왔다"며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영미법은 당연히 내무부 또는 경찰이 수사준칙을 정하고, 심지어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인정되는 프랑스조차도 총리령에서 공동준칙을 두고 있다"고 국외사례를 제시했다.
◆ 검찰 수사 자물쇠 채우랬더니 만능 3종열쇠 쥐어줘
경찰은 6대 범죄가 말하는 구체적인 범위를 법무부령으로 규정했다는 점 외에도 검찰이 임의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경찰 주장에 따르면 현재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수단은 △법무부령 에서 정한 중요 사건 △지검장이 판단해 수사가 필요한 사건 △검사가 영장을 발부받은 사건으로 총 세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이 세가지 조건을 두고 "6대 범죄 외에는 검찰의 수사범위에 자물쇠를 채우라는게 국회의 뜻인데 자물쇠는 채우지는 않고 만능 3종 열쇠를 검찰에 부여한 셈"이라며 "개혁의 취지가 도리어 퇴보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검사가 영장을 발부받은 사건을 예외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무제한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를테면 개별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후 영장을 받고 증거를 보니 검사의 직접수사개시 범위 밖이다. 그렇더라도 영장만 받으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돼있는 것"이라며 "압수수색 영장의 경우 발부율이 97%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수사초기부터 영장만 받아두면 검사의 수사개시범위 제한이 완전히 무력화 된다"고 설명했다.
◆ 마약범죄는 보건범죄, 사이버범죄는 업무방해죄
경찰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6대 범죄 중 경제범죄에 마약범죄가, 대형참사에 사이버범죄가 들어가있는 점도 독소조항으로 꼽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범죄는 법률의 목적에 보더라도 보건·치안형 범죄"라며 "경제적 수익이 뒤따르는 차원에서 경제범죄가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리 따지면 절도 강도 공갈 등 모든 범죄가 경제범죄에 해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 범죄에 대해서도 "대형참사가 검찰의 수사대상에 들어간 경위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사회적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그 정도는 검찰도 수사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며 "하지만 업무방해의 일환인 사이버 테러 범죄가 대형참사에 준한다고 볼수는 없는 것이며 비약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는 역량만 보더라도 경찰은 17개 경찰청에 25개 전문수사팀, 2000여명의 수사인력을 갖춘것과 달리 검찰은 100여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 반드시 수정되도록 최선 다하겠다
경찰은 이밖에도 검찰 또는 경찰이 같은 사건을 수사하다가 한쪽으로 수사주체가 결정된 상황에서 경찰은 검찰에 의무적으로 수사기록을 제출하지만 검찰은 그렇지 않은 점도 문제삼고 있다. 또 검찰이 6대 범죄 수사를 하다가 발견된 '동종범죄'까지도 수사할 수 있게 한 부분도 '동종'의 범위가 지나치게 크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같은 '독소조항'에 대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수정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수사권 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불만이 내부에서도 매우 크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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