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 길이 막혀서 복숭아가 다 썩어가고 있어요. 의원님, 제발 지금 당장 장비 좀 보내주세요"
어제(5일) 오전 충북 음성군 감곡면 영산리 수해현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에게 한 농민이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간절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 마을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70살 이미순씨입니다.
이씨와 73살 남편 최덕순씨의 뒤를 따라 연합뉴스 취재진이 찾아간 복숭아밭은 해발 655.5m의 원통산 아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트럭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의 좁은 도로를 따라 700m가량 오르자 부부의 과수원이 보였습니다.
밭으로 향하는 길은 이번 폭우에 떠내려온 토사가 군데군데 쌓였습니다.
최씨는 "길이 끊겨서 사흘째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며 "사람은 간신히 오가지만, 차가 못 다녀 수확 때를 놓친 복숭아를 다 버리게 생겼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밭고랑에는 비바람에 떨어진 복숭아가 수두룩했습니다. 갈라지고 으깨져 곰팡이 피고 썩은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부부는 3천300여㎡의 밭에서 8년째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조생종 500상자 출하했는데, 이달 중생종 수확을 앞둔 시점에서 수마가 부부의 밭을 덮쳤습니다.
감곡면에는 지난 2일 194㎜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최씨는 "중생종 1천상자 정도를 수확해야 하는데, 길이 막혀 어쩌지 못한다"며 "이대로 2∼3일 더 두면 모두 썩어 버리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부인 이씨도 "폭우 피해를 본 농가들이 너무 많은데 군청에 연락해도 사흘째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며 "오죽 답답했으면 (이 의원을) 찾아갔겠냐"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감곡면은 800여곳은 농가가 복숭아 농사를 짓는 주산지입니다. 지난해 6천900여t을 생산해 234억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감곡농협 관계자는 "현재 1천100t 정도 수확했고, 80%가량은 밭에 있는 데 폭우가 쏟아졌다"며 "물 먹은 복숭아는 꼭지가 물러 낙과하고, 당도도 떨어져 상품성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감곡면 곳곳에는 침수된 농경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음성군은 이번 집중호우로 농경지 166.8㏊가 침수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습니다.
군 관계자는 "피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신속한 복구와 추가 피해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