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그동안 졸업앨범에 전 교직원들의 사진을 넣어왔던 관행을 없애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교사 다수가 "졸업앨범에 실린 사진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6학년 학부모들은 "나중에 아이들이 은사님들을 추억하기 위한 졸업앨범인데 그런 이유를 대는 것이 서운해서 학교 측과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기존 관행대로 교사들의 사진을 앨범에 싣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사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학교 졸업앨범에 실리는 교사들의 사진을 최소한으로 줄이거나 아예 싣지 않도록 하자는 논의가 학교 현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사회복무요원이 고교 담임교사를 스토킹하고 협박한 사실이 알려지고,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 수업을 한 교사들의 얼굴 사진과 신상 정보가 유포된 일이 이런 논의의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교사노조가 지난 4월 전국 교사 8천1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교 졸업앨범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70.6%가 '본인의 사진 자료가 범죄에 악용될까 봐 불안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부산교사노조의 지난달 '졸업앨범 제작 시 교직원의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1천35명 중 91.6%가 '자신의 개인정보(사진)를 제공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졸업앨범이 스토킹이나 사기 등의 심각한 범죄에 이용될 소지가 있음을 우려', '코로나 기간에 교사를 직접 못 만나는 학부모 및 학생들이 사진을 돌려보며 품평하는 것이 싫어서' 등을 제시했습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올해부터 6학년 담임교사를 제외한 교사 사진을 졸업앨범에 넣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교사들의 사진을 졸업앨범에서 빼자는 주장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졸업앨범에 실린 사진이 교사뿐 아니라 학생을 상대로 한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을 계기로, 올해부터 전교생 단위가 아닌 학급 단위로 졸업앨범을 제작하기로 한 학교도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학교는 학생회, 학부모 대표, 교사 대표 간 회의 결과 졸업앨범을 축소하자는 의견이 모여 올해부터는 학년이 아닌 각 학급 단위로 졸업앨범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교사들의 개인정보 침해 우려는 물론, 학생들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까지는 전 교직원의 증명사진이 앨범에 들어갔으나 올해는 교사들의 증명사진은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각 학급 담임교사가 담당 학생들과 찍은 단체 사진만 앨범에 수록됩니다.
일선 교사들은 이러한 변화가 시대 흐름에 따라 꼭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25살 교사 이 모 씨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이 교사의 얼굴을 캡처해서 온라인에 공유하는 등 일이 있어 초상권에 대해 각성하게 됐다"라면서 "그동안 잊혀온 교사의 초상권 문제를 고려해 이제는 졸업앨범도 변화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장경주 서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