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폭우에 터진 둑이 이번에도 또 터졌습니다. 이게 부실 공사가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오늘(4일) 폭우가 휩쓸고 간 충남 천안시 수신면 장산리 병천천에서 만난 장상3리 이장 60살 안이근 씨는 울분을 쏟아냈습니다.
이번 폭우로 불어난 하천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이 일대 병천천 둑 3곳이 폭 30∼50m 넓이로 처참히 무너졌습니다.
둑 위 노면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어지럽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안씨도 병천천 주변 비닐하우스 20동에서 멜론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달 30일이면 멜론을 출하할 수 있었는데, 물이 하우스 지붕까지 차올라 모두 못쓰게 됐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병천천 둑이 터지면서 수해를 입은 주민은 안씨 뿐만이 아닙니다.
이 일대에서는 130여 농민이 비닐하우스에서 오이와 멜론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지붕 꼭대기까지 전날 차오른 물의 높이를 짐작하게 하듯 붉은 황토색을 띠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잎사귀마다 흙탕물을 잔뜩 뒤집어쓴 오이와 멜론이 힘겹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 17동에서 오이 농사를 짓는 51살 김모 씨는 "한창 수확 중인데 이제는 상품 가치가 없어 폐기해야 한다"며 울먹였습니다.
수년 동안 애써 키운 인삼 밭에 토사가 쌓여 하루아침에 못쓰게 된 곳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날 마른 볏짚을 흰 비닐로 돌돌 말아놓은 소먹이가 둥둥 떠다녔던 농장 안의 외양간도 상태가 심각해 보였습니다.
축사마다 전날 밀려든 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고여 있었고, 진흙탕 안에 서 있거나 누워있는 어린 소는 힘이 겨워 보였습니다.
반면, 어제(3일)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 어른 무릎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던 재래시장인 천안중앙시장은 겉으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상인들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물건을 진열하는 등 다시 힘을 내는 모습
내일(5일)까지 충남 북부에 100∼300㎜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상인회장의 요청으로 시청 직원이 물이 들어차지 않도록 시장 입구 쪽에 모래주머니를 쌓았습니다.
물이 들어차 통행이 두절됐던 천안시내 지하차도는 모두 정상적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