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냐`며 어깨 주물러"…사장은 욕하고 이사는 성추행

"대표는 매일 소리를 지르고 핸드폰을 집어던지려고 합니다. 이사는 여직원의 신체를 만지는 등 성희롱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성희롱에 인간 이하의 대우를 못 참겠다고 하자 저를 내보내기 위해 온갖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해도 수당 한 번 없었고, 아파도 병원 한 번 못갔습니다." (직장인 A씨)
"입사할 때부터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해왔습니다. 많이 힘드냐고 물으며 저의 어깨를 주무르더니 얼굴을 만졌습니다. 상당한 불쾌감이 들어 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성희롱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딸 같아서 그런다며 혼전임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수치스러웠지만 핵심 임원에게 밉보이면 그만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참고 지내왔습니다." (직장인 B씨)
3일 노무사와 변호사 등 140명의 노동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벌어진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사례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단체로 들어온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247건 중 성희롱·성추행 제보가 19건으로 7.69%에 달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이 멈추지 않고 있지만 신고가 쉽지 않다"며 "용기를 내 신고하면 따돌림과 괴롭힘이 시작돼 결국 가해자는 멀쩡히 회사를 다니고, 피해자는 해고를 당하거나 회사를 그만둔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가 제보 받은 문제 사례는 성희롱성 발언에서 직접적인 성추행까지 폭넓게 이어졌다. 단체는 '남자 상사가 여직원에게 일주일에 성관계를 몇 번 하느냐' '남자친구와 혼전 성관계를 하지 말라'는 식의 성희롱성 발언이 팔과 가슴 옆쪽을 건드리거나 허벅지를 쓰다듬는 식의 성추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제보를 살펴보면 신체 접촉 행위를 딱 한 번만 하는 직장상사는 없었다"며 "윙크 등 비접촉 성희롱에서 시작해 살짝 건드렸다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으면 정도가 점점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년 간 성추행에 시달렸다'며 처음에 신고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제보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장내 성희롱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성추행도 포함된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근절을 위해 △성추행을 당한 즉시 경찰에 신고하기 △피해사실을 기록하고 증거 남기기 △주변에 도움 요청하기 △목표를 명확히 정하기 △성희롱 예방에 최선을 다하기 등을 골자로 한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 타파 5계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내 성희롱은 권력관계에 기반하기 때문에 한 번 발생한 성희롱은 이후에 계속 반복되기 마련"이라며 "초기 발생 시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나 정부기관은 성희롱의 밀행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경우 증언만으로도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희롱 상황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