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원당리에서 '생명사랑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강양순 할머니(70). 강 할머니는 2년 전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이웃을 자살의 위험에서 구해냈던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하다. 평소 우울감을 호소하며 마을 주민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박아무개 할머니(가명)는 어느날 밤 울면서 강 할머니 집을 찾아왔다. 자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강 할머니에게 왔다는 것. 강 할머니는 박 할머니의 이야기를 밤새 들어주고 다독여 돌려보낸 후 지역정신건강센터에 박 할머니를 인계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박 할머니는 지역정신건강센터와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다시 건강한 삶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원당리 마을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임명한 생명사랑지킴이와 농촌 지역 맞춤형 종합 자살예방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갈수록 살기 팍팍해지는 세상에서 강 할머니처럼 소숭한 생명을 구하는 우리 주변의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 전반에 생명존중의 가치를 확산시켜 본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오늘만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만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급박한 상황을 마주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경찰청 사람들'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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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우병탁 경장. [사진 제공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
우 경장과 오 순경이 현장에 발을 들였을 때는 여성은 보이지 않고 근처에 있던 시민들은 어찌할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
숨 돌릴 틈도 없이 우 경장이 먼저 장비를 재빨리 해체하고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오 순경은 뭍에서 비상 상황에 대비해 엄호를 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자 오 순경도 강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마침 전날 내린 비로 잠수교 수위 통제 기준을 얼마 남기지 않고 강물이 차올라 있었다. 마치 이들을 기다렸다는 듯 물살은 세차게 우 경장과 오 순경을 물 속으로 끌어 당기는 듯했다. 물에 빠진 여성을 반드시 구조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이들은 물살을 뚫고 30미터 가량을 헤엄쳐 여성의 머리와 다리를 붙잡았다. 중학교 때부터 수영을 했던 오 순경이 여성의 머리를, 우 경장은 다리를 각각 잡았다.
여성은 이미 실신한 상태. 물 속으로 자꾸 가라 앉으려 하는 여성을 우 경장과 오 순경은 안간힘을 써 떠받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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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 오현중 경장. [사진 제공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
한 5분이 지났을까. 구급대가 오는 소리와 함께 여성의 맥박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소중한 생명을 1명 더 구하는 순간 안도의 함숨과 함께 긴장도 풀렸다. 우 경장과 오 순경은 다리에 힘이 풀리고 모든 에너지가 몸 밖으로 빠져 나가는 듯 했다. 구조 당시 입으로 들이닥친 강물 때문에 구역질도 날 것 같았다.
사건 후 1년이 조금 흘러간 지난 7월 31일 이들을 찾아 전화 인터뷰를 부탁했다.
우 경장은 당시 기억을 이렇게 떠올렸다. "구조해야 겠다는 생각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던 것 같다"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우 경장은 그날 이후 부모님으로부터 "왜 그랬냐"는 질책도 받았다고 말했다. 자칫 위험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주저없이 강물 속으로 뛰어든 아들을 걱정해서다. 우 경장은 "부모님이 당시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내심 아들에 대한 뿌듯함을 가지고 계신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우 경장은 "한강물이 역한 줄은 그때 알았다"고도 했다. 그만큼 구조에 혼신을 다했다는 얘기다.
당시 순경에서 승진한 오현중 경장은 이날도 신고 출동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잠시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출동 중"이라는 짧은 메시지가 모든 것을 함축했다.
두 경찰관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으로부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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