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통도사에서 공공 화장시설인 하늘공원으로 가다보면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보삼마을'이 나온다.
이 작은 마을에선 1987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배우 강수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씨받이'를 비롯해 뽕, 감자, 변강쇠, 불, 사방지, 빨간앵두 등 추억의 영화 7편이 촬영됐다. 산세가 아담하고 전통적인 토속적 분위기를 카메라 앵글에 잘 담을 수 있어 한국영상자료원이 뽑은 '영화의 고향' 10곳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를 기념해 2014년 사업비 8억7000만원을 들여 연면적 279.5㎡ 규모로 전시실과 30석 규모의 영화 상영관도 갖춘 기념관이 들어섰다.
보삼마을 '성인영화 기념관'이 관람객 외면 속에 결국 문을 닫는다.
인근 화장장과 공원묘지 이용객들이 지나가다 들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시물은 영화 포스터와 각본 몇 점 밖에 없어 볼거리도 충분치 않다. 기념관을 운영하는 울산 울주군에 따르면 1일 평균 관람객은 6명, 주말에는 10명이다.
기념관 관계자는 "성인영화가 주제여서 가족 단위 관람객은 거의 없고, 주로 60~70대 노인들이 옛날 생각을 하면서 찾는다"고 말했다.
현재 보삼마을은 일반 주택이 들어서고 마을 앞으로 도로가 지나는 보통의 시골 마을이지만 1980년대만 해도 깊은 산 속에 위치해 있어 토속적인 농촌 풍경을 간직했다. 당시 국내 영화계에서 토속미를 강조한 성인영화와 문예영화들이 대거 제작되면서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았다.
보삼마을 주민들은 당초 영화 촬영 당시 초가집이 있는 옛 마을 복원을 요구했으나 울주군은 사업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기념관 건립을 주장했다. 2012년 울주군의회가 "옛 정취가 사라진 보삼마을에 부적절한 건물"이라며 사업비 전액을 삭감하는 우여곡절 끝에 기념관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정작 관람객은 찾지 않았다. 1일 평균 관람객이 10명도 안되는 상황에서 연간 운영비는 5000만원에 달했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일었고, 울주군은 논의 결과 기념관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기로 했다. 울주군은 기념관 활용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오는 7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한다. 최우수 상금은 100만원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군에서 추진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울주군은 기념관 운영 방안이 나올 때까지 기념관을 계속 운영할 방침이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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