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를 결정하면서 진상이 제대로 규명될지 이목이 쏠립니다.
인권위는 어제(30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의 성희롱·성추행 의혹 등 전반에 대한 직권조사를 만장일치로 결정했습니다. 피해자 측이 인권위에 직권조사를 요청한 지 이틀만입니다.
일각에서는 강제수사권이 없는 인권위의 조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과거 인권위 직권조사 사례에 비춰볼 때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현재 검찰이나 경찰, 여성가족부 등 여러 기관이 박 전 시장과 관련한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만큼 이들 기관과 역할을 조율하는 것도 또 다른 숙제입니다.
◇ 강제수사권 없는 인권위…사건 당사자들 협조가 관건
인권위는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희롱·성추행과 서울시 방조·묵인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이날 밝혔습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피해자가 고소한 성추행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하고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지만, 인권위는 해당 사건을 직권조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압수수색 등을 포함한 강제수사권이 없어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있습니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인권위는 사건 당사자의 자발적 진술이나 임의제출 성격의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사건 관계인들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진상규명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 같은 한계는 이전 직권조사 사례에서도 드러났습니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이후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추가로 성희롱·성추행 의심 사례를 발견했지만, 피해자의 비협조 등으로 진상규명에까지 이르진 못했습니다.
이를 고려할 때 이번 인권위 직권조사도 피해자가 성희롱·성추행 관련 고충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전·현직 서울시 관계자를 비롯한 사건 당사자들의 협조가 성패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서울시 측은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최종 결론까지 시간 걸릴 듯…관계기관과 역할 조율도 숙제
전례에 비춰볼 때 인권위 직권조사의 최종적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권위가 2018년 7월 직권조사를 결정한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입국 사건'은 해를 넘겨 2019년 9월에야 결론이 나왔고, 지난해 4월 개시된 '스포츠계 선수 인권 보호 체계 등 직권조사'는 최종 결론까지 약 1년 3개월이 걸렸습니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관련 인권위 직권조사도 애초의 조사계획이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론까지 5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에서 성희롱·성추행 관련 제도와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 절차 등 제도·정책 전반의 문제점까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한 실태조사와 분석 과정까지 거치려면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직권조사는 조사 기한에 대한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다"며 "기한은 따로 정해두지 않고 최대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 등 관계기관과 역할 조율 문제도 숙제입니다. 인권위는 서울시의 묵인·방조 의혹도 조사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이미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사건' 태스크포스(TF)에서
여성가족부 역시 서울시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을 벌이며 성희롱·성폭력 고충 처리 시스템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인권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사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관계부처와의 역할 조율 방식도 미정"이라며 "인권위는 큰 틀에서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조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