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자에 차 빌려준 `개성아낙`, 피해자 신분으로 경찰 출석

인천 강화도 일대에서 월북한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에게 최근 차량을 빌려준 지인이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월북한 탈북민 김 모(24) 씨의 지인 A씨는 30일 오후 1시경 경기 김포경찰서에 출석해 차량 절도 신고 관련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개성아낙'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방송을 하는 유투버로, 그 역시 탈북민이다.
월북한 이와 평소 가깝게 지낸 A씨는 앞서 이달 18일 "아는 동생(김 씨)이 차량을 빌려 간 후 돌려주지 않는다"며 4차례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지인으로부터 구입한 중고 K3 승용차를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월북한 김 씨 명의로 등록해뒀으나, 차량을 돌려받지 못하자 경찰에 그를 신고했다.
1시간 30분 남짓 조사를 받고 경찰서에서 나온 A씨는 "(경찰에) '저는 피해자다'라고 주장을 했다"면서 "(월북한 김 씨가) 착한 친구여서 믿고 '너 명의로 잠깐만 해 놓자. (개인적인 일이) 끝나면 가져올게'라고 했는데 이달 17일 오전에 그 친구가 사라지고, 평소에 제가 갖고 있던 차 열쇠도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 씨는 A씨의 차량을 몰고 이달 17일 강화도를 찾았다가 자택이 있는 김포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돼 월북 전 사전 답사를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차량은 경찰이 김 씨의 행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한 중고차 매매 상사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김 씨가 월북하기 전 차량을 980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김 씨가 다른 지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지난 6월 21일 경찰 조사를 받을 때도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 씨의 신변보호를 담당한 경찰관의 연락처를 알게 됐고, 이후 이달 19일 오전 1시경 이 경찰관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김 씨의 월북 가능성을 전파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김 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는 메시지를 경찰관에게 전송했으나, 경찰은 제보를 받은 지 34시간 만에야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김 씨는 지난 7월 18일 새벽 인천 강화도 월곳리 한 배수로를 통해 한강으로 빠져나간 뒤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개성에서 농장원으로 근무한 김씨는 3년 전 탈북 당시 김포시 월곶면으로 귀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