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직권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공소권이 없어진 수사기관을 대신해 관련 의혹을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오전 인권위는 제26차 상임위원회를 열고 최영애 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인 정문자, 이상철, 박찬운 위원의 만장일치로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 A씨 측이 요청한 직권조사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직권조사는 피해 당사자 등으로부터 진정이 없더라도 인권위가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중대하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개시하는 조사 형태다.
인권위는 별도로 직권조사팀을 꾸려 △전 서울시장에 의한 성희롱 등 행위 △서울시의 성희롱 등 피해에 대한 묵인 방조와 그것이 가능하였던 구조 △성희롱 등 사안과 관련한 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선출직 공무원에 의한 성희롱 사건 처리절차 등도 살펴볼 계획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직권 조사팀 구성은 미정이다. 7명 정도 예상하고 있다"며 "조사 이후 인권위 내 차별시정소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권위의 이같은 결정은 해당 사건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상임위 공개 안건이었던 인권·성희롱 예방 등 의무교육과 관련해서도 "국회에서 의무교육이 의원실을 대상으로 하는지, 의원이 직접 듣고 있는지 봐야 한다"며 "이번에도 비서실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들었는지 얘기가 나오는데 국회에서도 사무처 외에는 안 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8일 A씨 법률대리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와 여성단체들은 서울시의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독립기구인 인권위가 이번 사안을 조사해달라며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증거가 담긴 수백 장 분량의 직권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피해자 측은 인권위의 이같은 결정에 "서울시와 서울시 전·현직 관련자들은 이미 서울시에서 진행하고자 했던 진상조사를 인권위에서 실시하게 된 사정을 고려해 조사에 엄중히 임해야 하며, 수사기관 또한 인권위의 자료요청에 최선을 다해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점검단이 지난 28·29일에 걸쳐 서울시를 상대로 벌인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 현장 점검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여가부는 서울시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인사상 불이익
[최현재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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