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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벌레·매미나방 창궐…전국 뒤덮은 돌발 해충", "으악! 매미나방·대벌레가 비처럼 쏟아져요."
최근 보도를 통해 이번 여름 서울 은평구에 대벌레가 대규모로 출현하고, 전국에 걸쳐 매미나방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 들으셨을 겁니다.
해충들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수목의 생육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도심으로까지 퍼져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끼고도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은 이런 병해충 급증의 원인으로 이상 고온 등 지구 온난화를 꼬집습니다. 인터넷과 SNS, 관련 기사도 마찬가집니다.
상식처럼 얘기하는 이런 명제는 과연 진짜 사실일까요. 실제로 기온이 높아지면 병해충이 늘어나는 건지 사실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 연별 평균 기온과 병해충 발생 면적 비교해보니….
우선 관련 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에 문의를 해 봤습니다.
산림과학원은 산림에 병을 유발하는 곤충과 해충들은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기온의 변화는 발육과 생장, 산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온이 상승하면 해충의 산란과 부화 등 번식에 큰 영향을 미쳐, 평균 기온이 높았던 다음해에는 해충 발생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었습니다.
다만, 병해충 발생의 환경적 조건에는 기온뿐만 아니라 강우, 주변 식생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산림과학원의 분석대로 지난해에 기온이 높았다면 다음해에 병해충이 많이 발생했는지 직접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기온의 평균값과 편차가 많이 나는 세 해를 골랐습니다.
병해충이 늘어나는 것은 병해충 발생 면적(ha)으로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90~2019년의 평균 기온은 12.7℃, 최저 평균 8.0℃, 최고 평균 18.3℃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사이 기간 중 전년에 비해 평균 기온의 편차가 가장 크게 나타난 세 해는 1994년, 1998년, 2004년이었습니다. 각각 전년에 비해 1.4℃, 0.8℃, 0.7℃ 높게 나타났습니다.
산림청의 통계를 살펴보니 94년에서 95년까지 354,498→371,641(ha)로, 증가율은 4.8%를 보였습니다. 98년에서 99년까지 371,187→361,720(ha)로, 증가율은 -2.5%를 보였습니다. 04년에서 05년까지 243,035→315,607(ha)로, 증가율은 23.5%를 보였습니다.
98~99년은 오히려 줄었지만, 94~95년, 04~05년은 증가세가 컸고, 특히 04~05년은 20%가 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냈습니다.
■ 나비류 1년 세대 주기 늘어나고 돌발해충 종수 늘어나
취재진은 기온 상승으로 나비류의 1년 세대 주기가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최원일 박사 팀 곤충학분야 전문학술지(Applied Entomology and Zoology 2011년 8월호)>,<김동언 박사 팀 Korean journal of applied entomology 2012년>
이들 연구는 국내 나방류 가운데 대표적인 해충인 미국흰불나방의 1년 세대 주기가 2세대에서 3세대로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고, 솔나방의 경우에도 1세대에서 2세대로 늘어난 것이 관측되기도 했다고 분석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미국흰불나방은 우리나라에서 1년에 성충이 2번 주기로 발생했던 것이 3번까지도 발생하게 됐으며, 솔나방의 성충도 1년에 1번 발생하던 것이 2번도 발생하게 됐다는 뜻입니다.
1년에 발생하던 주기가 늘어난 만큼, 1년에 발생할 수 있는 해충의 양도 늘어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매년 출간하는 연보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 동안 발생했던 대벌레와 매미나방과 같은 돌발해충은 모두 6목 89종이었는데, 연평균 기온이 증가함에 따라 돌발해충의 발생 종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였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종종 발생해 방제에 신경을 썼던 주요 종 이외에 돌발로 발생하는 해충의 발생 역시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취재를 종합해보면 기온이 상승하면 병해충의 발생이 늘어난다는 말은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 노태현 기자 / nth302@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