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대 회계비리로 자사고 지위를 잃게 된 휘문고등학교의 입장을 듣는 청문이 서울시교육청에서 23일 열렸다. 청문 결과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구하고,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휘문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한편 이날 시교육청은 학생 술자리 동원·횡령 등이 드러난 서울공연예술고에 대해선 '특목고 지정 취소 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옆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열린 청문에는 최정환 휘문고 교장, 학교 측 법률대리인 등과 시교육청 교육혁신과 과장 등이 참석했다. 청문은 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에 대해 학교 측이 소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휘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휘문의숙 명예 이사장 김 모씨와 이사장, 법인사무국장 등의 50억원대 회계부정 의혹에 유죄 취지로 확정 판결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사고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자사고가 일반고 전환을 신청하거나 5년마다 진행되는 교육청 운영평가에서 기준점수를 넘지 못해 자사고 취소 절차를 밟는 사례는 있었지만, 회계 비리로 지정이 취소되는 것은 휘문고가 처음이다.
시교육청은 청문 절차를 진행한 뒤 취소가 확정되면 교육부에 동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동의하면 휘문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반면 이날 시교육청은 서울공연예술고에 대해 "즉시 특목고 지정 취소 처분을 하는 대신 '2년 후 재평가'를 실시한다"며 취소 결정을 번복했다. 시교육청은 "학교가 제시한 학교 정상화 추진 방안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고 현재 예고를 준비하고 있는 전국의 예비 학생들의 권익과 학습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2년 후 재평가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달 초 서울공연예고는 특목고 지정·운영위원회에서 예술계열 특목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결과 68.4점으로 기준점수 70점을 넘지 못해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당시 시교육청은 서울공연예고가 △부적절한 외부 행사에 학생을 동원한 것 △부적정한 이사회 운영과 임원 선임 △교원 신규채용 문제 △지자체 교육경비 보조금 부적정 집행 등 지적 사항과 감사 처분을 받은 것이 지정 취소의 주요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서울공연예고는 학생들을 술자리나 사적 모임 등 부적절한 공연에 동원해 지난해 논란이 불거졌다. 박 모 전 교장이 구청 보조금 1억여원을 횡령한 사실도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자사고와 특목고에서 △회계 비리 △입시 비리 △교육과정 부당 운영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지정 취소 사유가 되지만, 서울공연예고는 시교육청이 예외적으로 '취소 유예'를 준 것이다. 현재 휘문고가 회계 비리 등의 사유로 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간 것과 상반되는 결과로 형평성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앞서 대원·영훈국제중도 기준 점수 미달로 청문을 거쳐 최종 지정이 취소됐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공연예고도 휘문고처럼 행정 처분 근거가 있었다면 지정 취소 절차를 밟았을 것"이라며 "비리 등 사안의 중대성, 심각성, 학생의 교육권 침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운영위원회에서 의견을 모았다. 최종적으로 판단은 교육감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취소 유예' 의견을 낸 운영위원 비율 등 구체적인 논의 과정은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지난 20일 교육부가 서울시교육청의 대원·영훈국제중 지정취소 결정에 동의하면서 남은 국제중 3곳(청심국제중, 부산국제중, 선인국제중)의 존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경기도 청심국제중의 경우 올해는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으나, 경기도교육청이 다음 평가가 진행되는 2025년에 폐지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재지정 평가에서 통과한 청심국제중학교에 대해 "이번 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2025년에는 일반중학교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평가 이전부터 이런 계획이었고 학교도 우리 의견에 동조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교육청과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심국제중 관계자는 "올해처럼 다음 평가가 진행되는 2025년에는 마땅한 재지정 평가 준비를 할 것"이라며 "경기도교육청과 일반중 전환 논의를 한 적도 없고, 현재 교육과정과 학교 방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교육부의 초중등교육법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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